미 실리콘밸리‧이스라엘 시장 스타트업 투자 회수 빨라…기술 트렌드 읽어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한 축을 이루는 기업과 벤처캐피탈(VC)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간 법률규제나 인센티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VC업계는 이제 ‘해외 시장과의 경쟁’이라는 새 국면을 맞았다. 해외 대형 VC와 신기술 스타트업에 대항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육성(벤특법)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국내 벤처캐피탈을 규제해왔다. 창업지원법은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이, 벤특법은 한국벤처투자조합이 주관한다. 그러나 주관기관이 달라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투자 한도, 대상, 해외투자 방식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혁신성장을 위한 지원책들이 쏟아져나오면서 벤처투자에 대한 규제도 대폭 개정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된만큼 벤처투자를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기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모태펀드를 확대하고 창업지원법과 벤특법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 규제 문제를 딛고 해외 시장과의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서울 삼성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IFC이노베이션데이에서는 정부에서 규제 빗장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만큼, 벤처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기술 동향을 좇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이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덕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국 VC생태계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현저히 다르다. 실리콘밸리는 창업자와 투자심사역, VC직원들이 각 투자 단계별로 협업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돈을 주고받는 투자 행위에 더 집중하고 있다. 문화적, 행정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재향 세계은행 선임고문은 “세계적으로 혁신이라는 단어를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에 가까운 기술에는 투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는 시장경제를 도모시키고, 장기적인 혁신기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동남아, 이스라엘 벤처투자시장은 이미 해외 시장을 노리며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 주도 벤처투자 환경을 조성했다.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키워내는 식이다. 이스라엘은 글로벌 R&D센터를 전국에 세워 해외시장을 노린다. 주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합병(M&A)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과 VC들이 내수시장과 기업공개(IPO)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유연한 시각을 갖는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정부가 벤처 생태계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내주고 있지만, 산업별로 소관부서가 확실한 탓에 새로운 사업모델이 해외 시장보다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충희 인터베스트 대표는 “이제는 국내 규제가 해외보다 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개별 산업이 각각 소관부서에 법제화가 돼 있다. 헬스케어는 보건복지부, 자율주행은 산업통상자원부 중점 부서가 있다”며 “현재 동남아 시장에서는 승차공유서비스 그랩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지역 시장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나중에 금융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 대표는 “그러나 국내에서는 개별 산업별로 규제가 있으니 다른 사업으로 손을 뻗는다는 것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이 금융업에 진출한다고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외국산업은 스타트업에 높은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을 준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유연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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