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물량 대폭 늘리는데는 큰 역할…민간 수익성과 공익성 조화시킬 정부의 비용 지원 불가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기도 동탄의 한 뉴스테이 사업장 견본주택을 방문해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모든 국민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지닌다.”


지난 2015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주거기본법은 우리에게 주거와 삶에 대해 가치있는 질문을 던진다. 주택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꼭 필요한 특별한 재화라는 의미다. 하지만 주거기본권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주거안정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 처해 있다. 왜일까.

주된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주택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아와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150만호에 달한다. 지난 2015년 77만호 물량 홍수에 이어 지난해에도 인허가 물량이 73만호 수준을 유지한 데 따른 영향이다. 가계부채가 지난해말1344조원(2016년 말 기준), 가구당 부채는 7000만원인 지경까지 이르러 위기 상황에 처한데는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긴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 많은 이들이 주택은 소유하게 됐지만 빛좋은 개살구라고 빚더미에 올라 서게 됐고 되레 주거불안은 커졌다. 


전문가들은 주거안정을 위해선 결국 주택의 총량을 늘려나가되 그 방향은 투자나 투기 대상으로서가 아닌 주거 기능에 촛점을 맞춘 임대주택 물량 확보로 맞추는 게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임대주택 공급확대라는 목적으로 탄생한 게 민간건설사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다. 뉴스테이의 등장으로 전체 임대주택 공급호수가 늘고 동시에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건설사 역시 신수종 사업으로 여기며 분양단지를 능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지 인근의 학교나 편의시설 완비는 물론이고 조식서비스나 육아서비스, 건강검진센터까지 갖춘 곳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며 기존 임대주택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이는 주거에 지출하던 비용을 줄여 문화생활과 외식, 여행 등 소비에 활용할 수 있으니 내수경기 진작을 통한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주거불안에서 비롯되는 저출산, 만혼으로 인한 고위험 임산부 증가 등 사회적 비용 문제를 줄여준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뉴스테이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뉴스테이 사업자는 민간자본 속성상 이익이 나야 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임대료가 보장돼야 한다. 때문에 뉴스테이가 실제 입주를 시작하는 내년부터 임대주택 품질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비용도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대림동 뉴스테이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주택 크기에 따라 월세는 70만~110만원 수준의 고비용이 점쳐져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차례 문제로 제기됐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임대주택 확충이라고 홍보하기에만 좋은 눈가리고 아웅식 임대주택 형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주택의 중요한 의미는 주거의 안정성인데,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장기임대 가능 여부는 임대주택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임대기간이 최장 20년인 뉴스테이는 이 요건을 충족시킨다. 다만 이 역시 비용이 적합한 수준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뉴스테이로 공급호수만 늘리고 비용이 비싸 입주하는 이가 없이 텅텅빈다면 반쪽 성공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 가운데 일부인 매입형 세대도 최근 이같은 고비용 보증금 문제점에 시달리고 있다. 시프트는 그동안 영구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건설 또는 매입), 전세임대주택 등 다양한 임대주택 형태 가운데 가장 성공적 모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지금도 SH공사가 택지지구에 직접 지어 공급하는 건설형 시프트는 시세대비 매우 저렴해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이런 주택형태가 더 많이 공급돼야 하는데 시가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대규모 택지지구가 제한돼 있다 보니, 싸고 주거환경이 좋은 건설형이 아니라 SH공사가 재건축 조합으로부터 주택 몇 호만 사들여 임대로 재공급하는 매입형이 늘고있는 추세다.

매입형 청약경쟁률은 건설형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1순위 청약 미달이 태반이다. 매입형의 경우 재건축 사업장이 많은 강남권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고, 강남시세를 반영하다보니 보증금이 6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그림의 떡이라 다름없다.

결국 정부가 임대주택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의 요구와 공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주택시장내 뉴스테이, 더 나아가 임대주택 정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민간의 비용부담을 덜어줄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입지와 임대료 등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뉴스테이 등으로 임대주택 공급호수를 늘려도 효용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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