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두산중공업 등 연루 대형사 수두룩…소송비용에 손해배상금·환급비 부담까지

건설업계가 입찰담합으로 인한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4대강 담합건에 대한 ‘설계보상비 환수 소송’, 액화천연가스(LNG) 입찰담합에 대한 발주처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표적이다. 법정공방에 따른 비용, 패소 시 추가 비용발생을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스스로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입찰담합을 유발하는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두가지 의견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건설사 입찰담합으로 인한 과징금 부과처분 규모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과징금 부담액이 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입찰담합 등 포함)’는 총 102건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1조1223억원에 달했다.

다만 건설사들이 입는 손실은 과징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입찰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에 따른 환급금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건설된 영남지역 수위조절 보 / 사진=뉴스1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최근 4대강 건설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건설사에 대한 설계보상비 환수 1차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법원은 담합참여 건설사들이 설계 보상비 244억원을 수공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이후 시작됐다. 당시 공정위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한 120여개 건설사들이 ‘들러리 입찰’, 일명 '짬짜미(공구 나눠먹기)' 행태를 보인 사실을 적발했다. 담합에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인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도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건설사들은 이미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조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설계 보상비를 추가로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일반적으로 턴키(시공, 설계 일괄입찰) 등 기술형 입찰시 건설사들은 설계비용을 부담한다. 이후 발주처는 낙찰을 받지 못한 건설사에 일정비율의 설계비용을 반환한다. 법원은 4대강 사업 입찰 시 담합이 발생함으로써 ‘정상적인 입찰과정’이 아닌 만큼 설계보상비를 해당 건설사들이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즉각적으로 항소했다. 이에 당장은 설계비용을 발주처에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추가 법정공방으로 인한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처지다.

과징금 처분과 별개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건설사들이 발주처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김성환 카르텔조사국장이 지난해 4월 2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에 참여한 13개 건설사를 상대로 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SK건설,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 대다수가 입찰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4월 해당 건설사들이 2005~2009년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총 26기의 LNG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 담합을 한 사실을 파악했다​. 경남 통영의 11~17호기, 삼척의 1~12호기 건설 등이 해당 공사에 포함됐다. 이에 13개 건설사들에 총 351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현행법상 공정위 과징금과 별개로 발주처는 입찰 참가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패소 시 과징금에 더해 손해배상액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처지다. 해당 건설사들은 "항소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후폭풍은 건설업계의 입찰담합에서 비롯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현장 중심이다. 이 과정에서 동종 업계 사람과의 접촉이 자연스레 잦아진다. 또한 공동으로 일을 하다보니 친분이 더 쉽게 쌓인다”며 “이 과정에서 사전입찰 시 공구 나눠먹기, 낙찰가율을 높이기 위한 공동행위 등을 논의하기 용이한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행정제재가 풀린 입찰담합 건설사 대표들이 지난 2015년 8월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순병 동부건설 대표 등이 허리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결국 건설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사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건설업계는 지난 2015년 8월19일 서울 강남구 논형동 건설회관에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를 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72개 주요 건설사 대표와 임직원들이 ‘투명한 경쟁질서 확립 실천’ 결의문을 낭독했다.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행정제재가 풀린 입찰담합 건설사 대표들도 참여했다.

건설사 대표들은 결의문에서 “불공정 행위가 경제질서를 교란하는 것임을 명백히 인식”한다며 “부조리한 과거 관행과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면 현 공공공사 입찰시스템 및 환경이 건설사들의 담합을 일으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공공공사 입찰물량은 적은데 (건설사) 수요는 과도하게 많다. 또한 공사진행 시 ‘한개사 한공구’ 원칙으로 건설사가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이로 인해 안정적으로 (관급)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담합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공공공사 진행 시 기준가격 설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한 도급사사 대상 안정적 수익 확보 등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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