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부진에 정부 ‘하우스맥주 판매허용’ 방침까지 설상가상…소주시장 선방에 걱정 덜어

하이트진로는 맥주 탓에 고민이 많다. 27일 정부서 내놓은 맥주산업 관련대책의 영향도 주목된다. / 사진=뉴스1

하이트진로는 몇 년 전부터 소주에 비해 부진한 맥주에 고민이 많다. 최근에도 맥주관련 이슈는 잇따르고 있다. 당장 27일 정부에서 나온 하우스맥주 판매허용 대책의 영향이 주목된다. 일단 하이트진로 측은 아직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대책이 수입맥주 인기국면과 맞물려 국산맥주에 대한 반감여론으로 번질 우려는 있다.

그렇다고 하이트진로가 고민 탓에 머리를 계속 쥐어짜지는 않을 것 같다. 소주로 털어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양호했던 4분기 실적의 동력도 소주로 꼽힌다. 또 그간 돌파가 쉽지 않았던 부산‧경남 점유율 상승도 앞으로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하우스맥주 편의점‧마트 판매허용…“기존 업계에 해롭지 않을 수도”

2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을 둘러싼 변수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당장 정부가 내놓은 새 맥주산업 관련대책이 업계 안팎의 관심사에 올랐다.

정부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하우스맥주 판매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서 정부는 소규모 제조업체가 만든 하우스맥주를 편의점, 할인마트, 슈퍼마켓 등 유통채널에서 팔 수 있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현재 하우스맥주는 자신의 제조장, 영업장 등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좁게 제한했던 판매망을 넓혀주겠다는 얘기다. 현재 독일 등에서는 소규모 사업자의 소매점 판매가 가능하다.

맥주에 제한된 원료규제도 풀린다. 현재 엿기름, 밀, 쌀, 보리, 감자로 한정된 맥주원료를 귀리, 고구마, 메밀 등으로까지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이외에도 대형매장용, 가정용, 주세 면세용으로 분류된 용도구분 표시도 폐지한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간담회, 공청회를 열어 관련규제를 검토하고 4분기에 맥주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주세법령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양한 맛을 내는 맥주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문턱을 낮춰 이른바 메기효과를 거두겠다는 심산이다.

정부 측 기대대로라면 내년부터 국내에는 예컨대 고구마를 주요 원료로 써서 만든 수제맥주를 동네 편의점에서도 사 먹어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국내 3대 업체(OB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에 더불어 수입맥주가 껴든 맥주 소매시장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대형업체를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소형업체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반드시 3강에 불리한 이슈는 아닐 수 있다는 해석도 많다. 논리상으로는 주요 주류업체들도 하우스맥주를 내놓고 편의점 경쟁에 나설 수도 있는 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실제 시행이 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연구용역 등의 과정도 거치기 때문에 당장 급격한 변화로 도래할 것 같지는 않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때 대책을 논의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지금은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면서도 “(시행이 되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업체 입장에서) 나쁜 상황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수제맥주가 일부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영업망 차이 탓에 큰 영향이 없으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제맥주의 경쟁자는 수입맥주라는 해석도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입 맥주는 2015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이달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수입맥주 판매가 국산맥주를 넘어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소주는 하이트진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확장세다 돋보인다. / 사진=뉴스1

다만 맥주가 정책이슈화 하면서 여론의 관심에 직면하는 점은 업계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27일 정부의 대책발표 이후 상당수 매체는 ‘맛없는 국산맥주 나아질까’라는 표현을 보도에 곁들였다.

이는 2012년 11월 24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인 다니엘 튜더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Fiery Food, Boring Beer)’ 기사 덕에 확산된 인식이다.

향후 공청회와 시행논의 국면에서 이 같은 인식이 계속 확대 재생산될 공산이 크다. 주요 3사에 모두 해당되는 여론이지만 맥주 부진으로 걱정이 많은 하이트진로로서는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열린 맥주산업 공청회에 즈음해 일부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인식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 맥주매출 부진 고민, 소주로 털어낸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 시장점유율은 30% 초‧중반대로 추정된다. 맥주부진은 당장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8900억원으로 2015년보다 0.9%가 줄었다. 2조원 눈앞서 좌절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1240억원으로 2015년(1339억원)보다 7.45%가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8%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해 조용선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실적 부진은 내수 맥주시장 난항 및 경쟁심화가 주된 원인이었으며 소주부문은 점유율 지지 및 가격인상 효과로 상대적 선방하며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올해 우려되는 점은 내수시장 제한성 및 수입맥주 비중확대, 주류 점유율 횡보 내지 부진으로 약화된 시장지위”라고 덧붙였다.

맥주에 대한 고민은 신년사에서도 드러난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맥주부문은 수익성 중심의 체질개선을, 소주부문은 공격적인 투자와 신제품으로 시장지배력을 확장하고 ‘소주의 세계화’를 적극 추진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맥주의 방점은 체질개선에 소주의 방점은 세계화에 찍힌 모양새다.

하이트진로는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연간 부문별 실적은 미공개했다. 다만 소주와 맥주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누적 맥주부문 매출액은 직전해보다 12.3% 줄어들었었다. 같은 기간 소주부문 매출액은 7.6% 늘었었다. 복수의 식음료전문 애널리스트와 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 기류는 4분기에 더 심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 간 후발주자들은 과일소주 등을 통해 점유율 확장을 도모했다. 하지만 2015년 4분기부터 과일소주 출고량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과일소주 뿐 아니라 다양한 캐시카우(cash cow) 브랜드를 보유한 하이트진로로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데 유리한 셈이다.

소주발 호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주가 비수도권 지역으로까지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서다. 정부가 맥주관련 산업대책을 발표한 27일 하이트진로는 영남지역에 한정해 출시한 ‘참이슬 16.9’가 1억병 판매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마치 맥주로 복잡해진 머리를 소주로 털어버린 모양새다.

참이슬16.9는 부산 경남지역의 저도수 트렌드에 따라 하이트진로가 2015년 9월 부산에 내놓은 제품이다. 부산 경남시장은 지역 특색이 강해 타지역 브랜드가 진출하기 어렵고 무학이라는 강자가 버티고 있기도 하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영업망외에도 20대 대학생이 주요 타깃인 부산TFT를 2015년 하반기부터 별도로 운영해왔다. 현재 참이슬16.9는 대구 경북 등으로까지 판매망을 확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1억병 돌파 시점을 감안하면 지역시장에 한정해 낸 제품임에도 빠른 속도로 시장서 유의미한 수치로 치고 올라간 것”이라며 “곧 두 자리 수 점유율을 확보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내부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하이트진로에 대해 “소주부문의 비수도권 지역 점유율 확대 덕에 외형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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