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어장 황폐화된다" 골재채취 허가기간 연장 막아…동남권 지역서 골재파동 조짐

부두에서 트럭으로 실려나가는 바다모래 / 사진= 뉴스1
남해 EEZ 내 모래채취를 두고 건설업계와 어민·수산업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골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골재파동, 래미콘 산업 피해 등을 이유로 골재채취 허가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어민·수산업계는 어장 황폐화를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양측 입장차가 커 골재채취 허가기간 연장 협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동남권 지역에서 사용되는 모래의 60% 이상 공급하는 남해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 골재(모래)채취 허가가 지난달 16일부터 중단됐다. 골재채취 허가기관인 국토교통부가 해양수산부와 협의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어민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간) 원활한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남해 EEZ 모래채취 허가는 2008년부터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부산 신항만 공사에 필요한 골재충당 목적으로 남해 EEZ에서 모래채취를 허가했다. 이후 모래채취 허가기간은 2010년, 2013년, 2015년, 2015년에 걸쳐 4차례 연장돼 지난해 8월 31일까지 이어졌다. 이후 추가 연장이 이뤄져 골재채취가 지난달 15일까지 진행됐다. 허가기간 추가 연장이 필요하지만 부처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남해 EEZ 골재채취 중단으로 인해 동남권 모래 가격은 최근 급등세다. 골재채취 허가기간 당시 모래 ㎥당 13000~18000원에 공급됐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이후 모래 공급가격이 ㎥당 25000~32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급등했다. 서해 EEZ에서 생산된 모래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 공급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가격이 인상됐을 뿐만 아니라) 운반거리 등의 문제로 3일에 한 번 밖에 공급되지 않아 (모래)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늘어선 레미콘 차량 / 사진= 뉴스1
동남권 모래 공급 부족은 레미콘 산업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남해 EEZ 모래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동남권 레미콘 공장이 지난 11일부터 레미콘 생산을 중단했다. 130여개 레미콘 공장 중 54%인 70여개 공장이 모래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동남권 공사현장의 작업진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내 공공‧민간 건설현장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다른 공종으로 대체해 진행하거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아울러 민간 아파트 공사 준공기일이 늦어져 건설업체에 추가 비용 발생도 건설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 어민‧수산업계 모래채취 허가 결사 반대…신경전 길어질 전망

어민‧수산업계는 ‘어장 황폐화’를 이유로 남해 EEZ 내 모래채취를 반대하고 있다. 어민‧수산업계는 공동행동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오후 부산공동어시장 입구에서 수산업계 및 부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남·서해안 EEZ(배터적경제수역) 해역 모래채취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어장을 황폐화 시키는 모래채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사진= 뉴스1
남해 EEZ 모래채취 대책위원회, 수협중앙회, 부산항발전협의회 등은 지난 8일 부산공동어시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모래채취로 인해 어업인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는) EEZ 모래채취를 건설업자 등의 경영난을 이유로 강행하려 한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들 단체는 EEZ 모래채취로 어장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EZ 모래채취로 인해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92만톤으로 44년 만에 100만톤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아울러 멸치의 경우 어획량도 40%나 감소한 점도 기자회견장에서 해당 단체는 덧붙였다. 

해당 단체는 또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 국토부 항의 방문을 예고했다.

지난달 17일에는 138만명에 이르는 수산산업 종사들의 모임인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가 국토부와 해수부를 항의 방문했다. 남해 EEZ 모래채취 중단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수산총연합회는 바다모래 채취관련 법안 정비, 수산자원 서식지 보호구역 설정, 골재수급 방식 개선 등 관련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 9일 국토부, 해수부, 어민 단체가 골재 채취기간 연장을 위한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합의안에는 8~9월 산란기에는 골재채취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수협단체들이 합의과정에 중도 참여하면서 협의가 무산됐다”며 “현재 건설업계와 어민단체의 입장차가 너무 크다. 어민단체는 남해 EEZ 채취 전면금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남해 EEZ 허가를 위한 협상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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