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경제 경착륙 또는 원화절상 재정확대 피할 수 없어”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정확대와 통화완화, 둘 중 확실한 노선을 선택하지 못한 가운데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아이콘’ 트럼프의 등장으로 대외 리스크가 이미 발생했고 통화정책은 균형 있는 성장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그린북(최근경제동향)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상황에 대해 “심리 위축 영향 등으로 민간소비가 둔화되며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내수부문의 미약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경제‧금융 현안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의 두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부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중순 긴급회동을 가진 바 있다.

만남에 앞서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보다는 재정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기 위해 조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회동 이후 아직까지 정부는 확실한 노선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당시 두 수장의 만남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한 만남이라기보다 단순히 현안점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확대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통화완화보다는 재정을 확대해 경기부양에 나서라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8일 국회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주최로 열린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에서 “부채를 늘릴 위험이 큰 통화정책을 쓰기보다는 재정 조기집행과 추경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자산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명혜 KDB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했으나 정책효과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재정정책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쇼크) 없었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에 대한 동기를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대희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만나든지 원화가 10% 이상 절상되는 등 우리 경제에 쇼크가 발생하면 재정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큰 외부충격이 있지 않는 이상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경제연구소 위원은 “트럼프행정부가 드러서면서 중국과 무역전쟁의 기미가 보인다. 대외리스크가 이미 발생했다고 봐야한다. 우리 경제에 더 큰 충격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재정확대 요구에 “재정총액 자체는 작년 대비해 올해 3.4% 증가했다. 관리대상수지도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 경제의 재정상황이 “확장에 가깝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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