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거절이후 시가총액 5000억 증발…산은의 내년 지분매각계획 차질 가능성

대우건설 주가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회계법인 감사의견 거절이 나온 이래 시가총액 500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 내년 매각일정을 공고한 대우건설의 매각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우건설 측은 미청구공사 금액 감소, 연말 조기 회계감사 등을 발표하며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우건설 주가는 종가 기준 5120원으로 마감했다. 오전 중 한때 5190원까지 올랐지만 전일 종가 대비 0.58% 하락한 수치다. 

대우건설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정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지난달 14일 3분기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을 거절한 영향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달 14일 종가 기준 6730원에서 5120원까지 23.92% 가량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5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주가하락은 대우건설에게 큰 악재다. '낙하산 인사'라는 노조의 비판에도 대우건설 이사회는 지난 8월 23일 ​박창민 신임 사장을 선출했다. 건설업계는 이를 "대우건설 매각 전 주가부양 목적이 짙은 인사"라고 평했다.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 전 이익 극대화를 위해 박창민 사장을 앞세울 것이란 의견이 업계에 돌았다. 산은은 공모펀드인 'KDB 벨류 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다. 펀드 만료일인 내년 10월 이전까지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주가하락은 산은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 

대우건설 측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우건설은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미청구공사 금액을 일부 해소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해당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액은 올 3분기 기준 2905억원이다. 이는 대우건설 내 발전부문 전체 미청구공사액(3735억원)의 78%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해당 공사현장의 미청구공사액이 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대규모 부실’ 우려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현장에서 올해 10~12월까지 총 3871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수령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사 착공 이후 발생한 미청구공사액 2905억원의 일부와 공기진행으로 인한 공사대금을 합한 금액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남은 미청구공사액에 대해 “내년 초까지 모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미청구금액을 손실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측은 “미청구공사 금액이 부실의 판단기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분식회계 우려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대우건설은 앞서 연말 회계감사 조기 착수방안도 밝힌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30일 연말 회계감사를 통상 일정보다 한달 반 이상 앞당긴 11월 말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측은 안진회계법인과의 의견차를 조정해 '사업보고서 적정 의견'을 도출하기 위한 '회사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라는 강한 표현을 내비쳤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개 연말 회계감사 진행 시 2~3주의 촉박한 시간만이 회계법인에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꼼꼼하게 자료를 점검할 수 없다는 불만이 연일 제기됐다”며 “이번 회계감사 조기 착수로 회계법인이 피감사인인 대우건설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는 대우건설이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이후 진행될 매각작업은 물론 분양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도 대우건설의 신뢰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에 대한 지정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이 시장에 준 충격이 컸다. 대우건설이 최근 PF(프로젝트 파인낸싱)대출 주관사 모집, 투자자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내년 분양시장 경기 악화 전망, 정부 당국의 금융권 대상 PF대출 옥죄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부정적인 요인”이라며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이 여러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3일 열린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취임식 / 사진= 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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