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부행장의 행장 선임 원치 않는다"

차기 IBK기업은행 행장으로 김도진 경영전략그룹 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선 전무이사의 행장 선임을 바라는 분위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인사가 행장이 되는 전통을 이어갈 경우에도 부행장이 행장에 오르면 자격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내부에선 부행장보다 전무이사의 행장 선임이 기업은행 조직 문화에 더 맞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22일 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권선주 행장 퇴임과 함께 내부 인사가 행장에 결정되면 3번 연속 내부 출신 행장이 나오게 된다"며 "하지만 기업은행 임직원 대다수는 부행장이 행장에 오르는 것보다 전무이사가 행장에 오르는 순차적 방식을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권선주 행장이 행장에 선임되기 전 부행장 위치에서 당시 김규태 전무이사를 뛰어넘어 행장에 된 것을 두고 퇴임 때까지 내부에서 잡음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시 권선주 부행장은 리스크관리본부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담당하고 있었다. 자회사만 8개가 되는 기업은행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지에 검증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라며 "이런 점 등이 작용해 내부 출신 행장임에도 직원으로부터 큰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도 부행장급에서 행장이 돼도 마찬가지"라며 "조직 분위기가 더 흐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부행장이 행장이 되는 선례가 계속되면 앞으로 부행장들이 행장을 해보겠다며 정부에 인사로비를 하는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선주 행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얻어 행장에 올랐고 최근 차기 행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까지 인사청탁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부행장급에서 인맥을 활용한 정부 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차기 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김도진 현 부행장이다. 김규태 기업은행 전 전무나 외부 낙하산 하마평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낙하산을 내려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행장에)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도진 부행장은 자기 본연 업무보다 행장이 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해왔다"며 "은행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부정청탁 등 의혹이 있는 인물이다. 이를 해소하고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도 "금융위가 김규태 전 전무이사와 김도진 현 부행장, 관료 1명을 물망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며 "지난달 14일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주관한 만찬 자리에 김도진 부행장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이득준 (주)큐브인사이트 회장이 모임을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도진 부행장 측에선 "당시 그런 자리에 참석한 바 없다"며 인사청탁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업은행 측은 김도진 부행장의 행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실한 이야기가 없다"며 "지켜봐야 안다"고 밝혔다. 권선주 행장이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선임될 때도 기업은행과 권 행장 본인조차 선임 발표 5일 전까지 몰랐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기업은행 행장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에선 인사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 기업은행 측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황교안 대행체제에서 금융위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며 "김도진 부행장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박춘홍 대행체제나 권선주 행장 연임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