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 부재로 주요 정책 지연 불가피…정치권, 긍정적 변화 위한 새 질서 빨리 찾아야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개표가 시작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내리기까지 황교안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내외적 주요 경제정책 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경제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이를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베는 트럼프 집에도 갔는데...” 한국 대통령은 직무정지…​국무총리 있어도 중요 정책결정 미뤄질 것


탄핵안이 가결되면 통상, 무역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가 돼 대외적 소통창구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일 관계가 돈독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결단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우려한다.

탄핵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면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에겐 악재다. 올해 수출이 2010년도 수준으로 후퇴한 가운데 탄핵안 가결이 각국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금리인상 등 악재와 맞물려 금융위기 수준의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안 가결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외교적 역량이 필요한 시기에 리더십이 완전히 부재상태가 되는 것”이라면서 “정치와 경제가 그 어느때보다 밀접해지고 있다. 과거엔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경제이기주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제보복조치 대상은 일차적으로 중국이지만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이차적인 보복조치를 당하거나 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보호무역조치를 당할 수 있다. 이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지난달 일본 아베총리가 트럼프 당선인 집까지 찾아갔다. 그런데 한국은 완전히 대외적 창구가 당힌 셈이다. 한마디로 상대국 입장에선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라면서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선 경제가 매우 힘들어진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금리를 연내 인상시 미국, 중국 자금이 동시에 빠져나가 금융위기에 준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과 통화스왑도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외교적으로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면 그동안 추진하던 금융과 통상관련 ​정책들이 지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내적으로도 소비심리 위축된 상황...경기 하강국면 보완하려면 강력한 리더십 필요


탄핵안 가결시 대내적으론 소비진작, 재정정책 드라이브 등을 추진할 주체가 사라진다. 내년도 예산안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를 넘어선 슈퍼예산이다. 이에 대해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400조 슈퍼예산에도 불구하고 재정의 역할을 극대화하려면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집중한다거나 추경을 편성하는 등 하강하는 경기국면을 적극적으로 보완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리더십 부재는 대내적으로도 악재”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상태에 들어가면서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총리의 리더십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황 총리는 이미 대통령으로부터 문자해고를 당해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인데다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처리하기엔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황 총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지 주도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추진할 인물이 아니”라면서 “사실상 주요 경제정책들은 결정이 다 미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의 리더십도 애매한 상태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사실상 임 금융위원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동안 임 금융위원장은 평일엔 금융위 업무를 보고 주말에 기재부 현안을 파악하기도 했다. 남은 기간동안 유 부총리가 경제부총리로 일하더라도 리더십을 갖고 경제정책들을 추진하기엔 한계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헌 논의 시작해야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탄핵이 가결되면 총리나 기존 내각 멤버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게 불분명하지만 새로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질서를 찾아나가리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 “다만 정치권이 얼마나 새로운 질서를 빨리 찾아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법과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가는 건 현재로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탄핵 이후엔 (인사)정리가 돼야 한다고 보고 새로운 내각 멤버들이 들어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안 가결시 대선까지 넘어가면 최소 3~4개월은 걸린다. 그 사이 수요가 죽고 경기가 침체되겠지만 감수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면서 “탄핵안 가결이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내각 개편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는 국회의원도 아니어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 자체가 없다. 그래서 책임의 소재를 그나마 물을 수 있는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현 내각은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국회에서 검증받았다. 이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문제를 빨리 제기해서 더 이상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하야도 중요하지만 차제에 부처 독립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려면 빨리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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