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이익 103% 증가·RBC 비율 상승 전망

동양생명이 3분기 실적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일 공시한 유상증자에도 지분 희석보다 자본건전성 제고에 안정감을 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유증으로 발행할 신주의 배당기산일인 내년 1월 1일 이후 희석효과에 대해서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동양생명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일 공시한 유상증자에도 지분 희석보다 자본건전성 제고에 안정감을 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유증으로 발행할 신주의 배당기산일인 내년 1월 1일 이후 희석효과에 대해서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10일 동양생명은 올해 3분기  매출액 1조8667억원, 영업이익 5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9.3%, 영업이익은 102.8%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5.9% 증가한 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양호한 실적 발표에 동양생명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양생명은 전일 대비 750원(6.76%) 상승한 1만1850원에 거래가 끝났다. 전일 공시한 유상증자 계획에 지분 희석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일단 호실적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고금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이 전략은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의 핵심전략으로 성장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동양생명의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액은 각각 2조2644억원, 1조8302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3분기 잠정실적에서도 매출액은 1조8667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분기별 매출액이 1조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점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반면 책임준비금 잉여액이 줄어든다는 점은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동양생명은 이 때문에 지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 900억원이 넘는 호실적에도 주가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더구나 이번 3분기 실적에서는 매출액은 유지되는 가운데 영업이익이 5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5% 가량 줄었다.

 

생명보험 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올해도 고금리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하면서 성장성에서 주목 받았으나 역마진 부담이 클 것"이라며 "이 때문에 유상증자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이미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6246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자비율은 42%다. 신주는 현재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의 자회사 안방그룹 홀딩스에 배정될 예정이다. 유상증자 후 안방보험과 안방그룹 홀딩스 등 최대주주의 지분비율은 75.3%로 지금보다 12%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동양생명의 자기자본은 2조2642억원이다. 반면 부채는 23조152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022% 수준이다. 생명보험업 특성상 부채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 대신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RBC(지급여력) 비율이 업계 평균보다 낮다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6월말 기준 RBC비율 252.4%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평균인 297.1%보다 소폭 낮은 수치다. RBC비율은 높을 수록 지급 여력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생명은 금감원에서 권고하는 RBC비율 기준인 150%를 훌쩍 넘기고 있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는 내년 상반기중 최종 확정될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때문이다. 여기서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보험사는 보험상품이 미래에 지급해야할 금액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부채로 잡아야 한다. 지난 몇년간 계속해서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에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판매한 상품의 원가를 부채로 잡는 현행 방식보다 부채 금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과거 5% 금리를 적용한 저축성 보험 상품이라면 최근 1%대중반의 금리로 할인해야 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FRS17 도입은 이행 과정에서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준비 여하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그러나 리스크를 밖으로 꺼내 놓아 미래의 위험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보험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이 선제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일단은 시장 지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자 후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사업전략을 유지할 지도 관전포인트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가 늘어난다는 점은 기존 주주들에게 희석효과가 불가피하다. 증자비율도 42%에 달하는 만큼 작은 규모가 아니다. 다만 이날 주가는 희석효과 보다는 안정감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희석효과 보다 IFRS17 시행에 우려가 큰 셈이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IFRS17 도입 시 국내 생보사 25곳 가운데 9곳은 퇴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새 회계기준이 시행될 2021년까지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생보사 3곳 중 한곳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증자비율이나 희석 측면에서 영향이 큰 사안"이라면서도 "IFRS17 도입이라는 큰 흐름 아래서 선제적 유상증자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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