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계화 정서 확산에 정치∙경제 불확실성 커져…미, 중국에 대한 반감도 한국에 불똥 우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거세게 불었던 세계화 바람이 시들어지고 있다. 개도국 중산층의 소득 증가로 국가간 불평등은 크게 개선됐지만 시장 개방으로 경쟁에 내몰린 선진국 중하위층의 소득 감소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이들이 투표권을 앞세워 정치적 행동에 나서면서 각국마다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무역이 위기를 맞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현상, 샌더스 열풍, 브렉시트 가결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 세계화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개방, 통합, 자유화 등을 앞세운 세계화 정책 처방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세계화를 반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물결이 급부상하고 있다.

 

거침없이 행군하던 세계화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후보들이 예상 외로 선전했다. 영국 국민들은 EU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과반 이상이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유럽 통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성향이 두드러지는 르펜의 국민전선이 약진하고 있고, 스페인에서는 극좌 정당으로 분류되는 포데모스가 세를 넓히고 있다. 개방의 폭을 확대하고 EU 통합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반면 자국민들의 일자리 보호를 외치고 EU로부터의 탈퇴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세계화는 국가 내 소득불평등 심화와 선진국 주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베를린 장벽 붕괴, 구소련 해체 등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세계 시장은 개방의 물결이 높게 일었다. 그러나 선진국 경제주체들에게는 하향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개방 이전까지 국경과 각종 제도로 막혀 있던 상품시장과 자본 및 노동시장이 열리며 국경간 이동이 급증했다. 이는 경쟁 범위를 확대시켜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선진국 기업 파산과 노동자 임금 하락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 경제주체들의 불만이 커지며 투표를 통해 정치와 정책에 반영되는 점이 반세계화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정치권을 넘어 여러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지난 2년간 세계 각국 정부가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철강업계 국제회의에서는 미국 업체 대표들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철강업체들의 불공정 무역으로 선진국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혼탁해진 세계 철강시장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와 중상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보호무역주의가 곧 공정무역이란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 모양새다. 자유무역 전도사를 자임했던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발표한 정강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유무역협정(FTA), 교역 관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대상이다. 민주당은 FTA 협상시 근로자들의 권리와 환경 보호를 국익 판단의 최우선순위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 역시 미국 우선 원칙을 명백히 해야 할 것과 상대국 협조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협상 백지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당 모두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이고 있다. 중국의 불법 보조금, 환율정책, 미국 기업에 대한 사업 제재 등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무역전쟁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수출 의존성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외 무역 협력 강화, 업계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화 속도 조절은 가능하겠지만 세계화 흐름 자체를 되돌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린다고 해서 미국과 영국의 제조업이 살아나고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다만 브렉시트 통과 과정에서 봤듯이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경제, 정치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