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익 7% 감소…하반기 대외 악재 속 신차 성적 관건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제네시스 브랜드의 G90(국내명 EQ900)과 G80을 미국시장에 출시하기로 했다.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상반기 실적에 반전은 없었다. 시장 예상대로 판매량과 영업이익이 함께 줄었다. 신흥국 부진 여파가 컸다지만 ‘글로벌 톱4’ 완성차업체로 도약을 노리는 현대차에겐 실망스러운 결과다.
 
현대차는 1분기보다 2분기 성적이 좋았던 만큼 하반기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준비 중인 반전카드는 신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싼타페 등 주력 차량을 통해 판매에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하반기 성적이 외교·정치 문제에 달려있다고 전망한다. 한반도 내 사드배치와 브렉시트 여진 여파에 따라 향후 현대차의 중국 공장 생산량과 신차 실적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부진했던 상반기, 2분기는 선전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상반기 실적은 ▲판매 239만3241대 ▲매출액 47조273억원 ▲영업이익 3조1042억원 ▲경상이익 4조5450억원 ▲당기순이익 3조5321억원이라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엇갈렸다. 매출은 판매 감소에도 늘었다.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7.5% 증가했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0.9% 줄었으나 고가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 판매가 늘며 매출액을 끌어올렸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6.6%로 지난해 상반기(7.6%)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 판매 감소로 대당 고정비가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 약세 부담이 지속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상반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분기별 판매추이는 희망적이다. 상반기 실적 발목을 잡은 건 1분기 실적이다. 2분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6.4% 감소한 110만7377대를 판매했다. 반면 2분기 전 세계에서 전년 동기대비 16.1% 늘어난 128만5860대 판매하며 1분기 부진을 만회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0.6% 증가한 1조7618억원을 나타냈다.

◇ 중국·러시아, 속도 내는 현지화 작업에 ‘사드’ 영향 관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해 6월23일 충칭공장 기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하반기 반전을 노리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탓에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업계 관심은 시장잠재력이 큰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 성적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신(新) 냉전체제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이 현대차 중국·러시아 판매량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무역보복을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일본이 중국산 대파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하자 무역 보복으로 일본산 자동차, 핸드폰 등에 대한 특별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여기에 26일 러시아 정부가 중국과 손잡고 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서한 형식으로 유엔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이 동시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현대차로서는 치명타다.

현대차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현지화 작업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창저우와 충칭에 각각 4·5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는 소형 SUV 크레타가 8월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중국과 러시아 내 반한감정이 한국산 자동차 불매운동으로 번질 경우 실적 차질을 피할 수 없다. 

◇ 유럽·미국, SUV 인기에 제네시스·아이오닉으로 붙 붙여

현대차는 신흥시장보다 유럽과 미국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은 저성장 탓에 시장 여건이 불안하다. 두 시장에서 무너질 경우 현대차 실적 개선은 요원해진다. 현대차는 SUV 판매를 늘리고 신차를 적극적으로 투입해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날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미국 시장 판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대 판매 경신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성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라며 "상반기까지 판매 증가 대부분이 리테일 판매가 아닌 리스 판매에서 나와 판매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미국시장 승용차 인센티브는 25% 증가했음에도 판매는 약 8% 하락했다. 하반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6월부터 알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싼타페를 연 5만대로 늘려 승용 시장 부진을 완화하겠다. 하반기 G90과 G80을 출시해 브랜드 인지도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올 상반기 서유럽시장 판매량은 25만68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현대차 올해 유럽 판매 목표는 46만8000대로 전년과 비슷하다. 하반기에 상반기와 유사한 실적만 거둬도 올해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 현대차의 하반기 유럽 시장 화두는 친환경차와 SUV다.

현대차 유럽시장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모델은 SUV다. 현대·기아차 모델 중 상반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차도 현대차 투싼으로 8만2545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브렉시트 여파에도 유럽 내 투싼 판매량이 오랜 기간 견고한 만큼 하반기 판매량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관건은 신차다. 현대차는 유럽 내 독일 브랜드가 고급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제네시스 브랜드 투입은 유보하기로 했다. 다만 ‘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친환경차 아이오닉을 투입해 판매량 확대를 노린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돼 시장 예측이 쉽지 않다. 하반기에는 SUV 공급을 확대하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출시를 본격화할 것이다. 이종통화 약세에 따른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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