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ROA·ROE 전년대비 제자리 걸음…"사측, 성과연봉제 명분 될 것"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박종복 SC제일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왼쪽부터). / 사진=뉴스1

 

신한, KB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정작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제자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외형적 성장보다 실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를 빌미로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 시급성을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KEB하나금융,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 상반기 순이익은 4조129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 늘었다. 신한금융 순이익은 1조45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3% 늘었다. KB국민금융은 1조1254억원으로 20.1%, 하나금융은 7990억원으로 5.5%, 우리은행은 7503억원으로 45.2% 증가했다.

하지만 4대 은행 상반기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전년도 대비 제자리 수준으로 나타났다. ROA는 기업 총자산에서 당기순익이 얼마나 올랐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ROE는 투입한 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올렸는지를 보여준다.

신한금융지주 상반기 ROA, ROE는 각각 0.79%, 9.84%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02%포인트, 0.85%포인트 올랐다. 특히 ROA 상승폭은 0.1%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KB금융 상반기 ROA는 0.6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ROE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포인트 오른 7.77%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상반기 ROA는 0.5%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3%포인트 높아졌다. ROE는 7.75%로 2.04%포인트 올랐다. 하나금융그룹 ROA는 0.5%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2%포인트 알랐다. ROE는 7.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9%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국내 4대 금융지주 ROA는 글로벌 100대 은행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100대 은행 ROA는 0.75%, ROE는 11.6%로 나타났다. 

 


금융업계는 하반기에 추가로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하반기 은행 수익은 상반기만큼 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을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예상보다 상반기 실적이 높게 나왔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와 브렉시트 영향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금리, 저성장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다른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이나 희망퇴직 효과로 일반관리비가 잘 통제되는 방법 등이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도 노조와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에선 대출자산 성장에 따른 이익증대 효과가 낮아 더 이상의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며 "은행이 이자 이익 증대가 어려워지고 있는 환경에서 결국 비이자 이익증대 구조를 도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권 안팍에서 금융권의 높은 인건비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효율성이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경영 효율성과 고액 연봉 구조 개선을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사측과 성과연봉제를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기상 금융노조 대변인은 "성과연봉제는 35개 지부 전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이라며 "정부와 사측이 경영 부실 책임을 성과연봉제를 통해 노동자에게 전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이 여전한 상황인데 사측이 금융 안정화 노력은 없고 성과연봉제만 강행하고 있다"며 협상 불가 방침을 전했다.

한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오는 26일 임금단체협상을 재개한다. 지난달 23일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교섭결렬을 선언한지 한 달 만이다. 사용자협의회 측은 이날 임단협을 노조측에 요청하면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안건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성과연봉제는 절대 반대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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