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덕의 순간이 다가올 때 : 최애의 이중모순 지점에서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소셜 미디어가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인간을 최애로 삼은, 그러니까 살아 숨 쉬고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최애를 가진 팬들은 여러모로 다면적인 인간 군상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실제로 연예인은 자신을 상품화해 대중들에게 소비를 유도한다. 이때 그들은 자신의 삶 일부를 공적인 공간에 내어놓는다. 이 때문에 그들의 삶의 경계는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삶으로 나뉘며, 팬들은 이들의 공적인 삶과 공적 공간에 ‘재현되는’ 사적인 삶의 일부를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다.그러나

  •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당신이 원하는 데이트를 플레이할 수 있다?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최근 게임 관련 칼럼 청탁을 받아 최신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 기회가 있었다. 80년대생인 나는 PC 게임으로 처음 연애 시뮬레이션이란 장르를 접했다. 그러나 당시 게임의 주인공, 즉 플레이어는 남성 게이머로 고정된 상태라 내가 공략하고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대상들은 죄다 여자였다.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라고 불렸던 그 게임은 여러 명의 여자 친구 후보들을 공략하고 연애에 성공적으로 돌입해서 서사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었다.게임 플랫폼이 PC에서 모바

  • 케이(K)팝에서 사라지는 케이(K)에 관해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무작위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익숙한 느낌의 팝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긴 하지만 분명 한국음악은 아닌 듯했다. 빌보드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전형적인 아메리칸 팝 사운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레코딩의 느낌이 그랬고, 확신했던 건 가사가 전부 영어였단 점이다. 영어 가사에 어색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영어권 가수일거라 확신하고 앨범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유명한 한국, 그것도 케이팝 밴드의 곡이었다.이후 케이팝 밴드들의 앨범을 주의

  • 팬덤은 경제적으로 환원될 수 있는가?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한국음악산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면서 국내 아티스트와 기획사들의 체계적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그 저변에 자리잡은 팬덤의 끊임없는 문화적 생산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팬덤문화는 오랫동안 학계의 연구 주제가 되기도 했다.특히 국내 팬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유무형의 생산물들은 다시 산업 생태계로 편입되면서 독특한 K-팝 문화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팬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에 다양한 방식으로 열정(및 경제적 자본)을 투자하며, 기획사는 그들의 열망을 식지 않게

  • 단관, 그 즐거움의 역사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다니면서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경험 중 하나는 단체 영화 관람, 단관이라 불리는 것들이었다.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종종 학교에서 가곤 했던 단체 영화 관람 기억이 여전히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영화관에 가는 일은 가족들이나 연인끼리 함께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이벤트의 의미가 컸다.영화관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있었고, 함께 보는 관객의 수가 많아질수록 커지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체 관람을 종종 즐겼다. ‘쥬라기

  • 그 많은 팬들은 어디로 갔을까, 세대를 넘어선 덕질 가능성에 대한 고찰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나는 10대 때 그룹 H.O.T의 팬이었다. 또래의 가수(아이돌)가 데뷔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학교 앞 문구점 앞의 엽서를 사들이고, 책받침을 모으고, 잡지 인터뷰를 오려서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했다. 무언가를 깊게 좋아하는 행위인 ‘덕질’, 그중에서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은 당시 오빠부대로 불리며 10대 소녀들의 전유물처럼 재현됐다. 그래서 대학 입학과 동시에 나는 덕질을 접었다, 아니 접으려고 했었다. 성인이 되면 다들 아이돌을 좋아하진 않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대학에

  • 평생 지속가능한 덕질을 위하여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덕질의 세계에 잠식됐던 사람이 어떤 이유로 그것을 중단(누군가에게 금지당하거나, 자발적으로 그만두게 될 경우 모두를 포함해)하게 되면 급격히 인생에 재미가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나 또한 늘상 덕질 유지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은 한동안 멈췄었고 나는 의도치 않게 강제적 휴덕을 경험한 바 있다. 이뿐이랴. 덕질이라는 것은 여가의 일종이기 때문에(덕질이 생계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뿐만 아

  • 자신의 최애화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어느 날 평범한 삶을 살던 사촌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팔로워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적당한) 인플루언서가 돼있었다. 사촌은 당시 대학교에 갓 입학한 스무살이었고, 일상적으로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팔로워수가 늘었다.바디 프로필은 연예인이나 혹은 트레이너들이 직업 특성상 촬영해야만 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나는 일반 사람들이 하나둘 바디 프로필을 찍는 걸 소셜 미디어에서 종종 목도하기 시작했다.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

  • 슈퍼 팬덤의 탄생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콘텐츠 산업계에서 팬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팬덤은 아이돌과의 연계성이 높은 것으로 이미지화되기 쉽지만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범주를 갖는다. 예를 들어 애플이나 나이키는 소비자를 팬으로 잘 이미지화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브랜딩을 해나간 업체들이다. 팬덤의 역사는 이처럼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으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 이전까진 팬들의 행위, 즉 팬의 주체적인 수행성이 가시화되기 힘든 지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생산과 소비가 분리돼 있을 때의 말이다.현재에는 팬들

  • PC, 정치적 올바름이 작동하는 세계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금은 키덜트라는 용어가 대중화돼 성인이 장난감과 만화책을 수집하고, 전 연령대가 시청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시리즈로 챙겨보는 일이 특별하진 않은 취미생활이 됐다.특히 어렸을 때 보고 자랐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들은 오랜 기억으로 남아 그때의 감각들을 다시 재생시키는 경우가 많아 ‘어렸을 때 먹은 음식들로 평생의 입맛이 좌우된다’가 콘텐츠에도 해당이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렸을 때 접했던 콘텐츠가 인생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상식이나 지식이 어릴적 콘

  • 셀럽들의 라이브방송, #TogetherAtHome

    예전부터 ‘안방팬’, ‘안방1열’과 같은 용어들은 팬들 중에서도 라이브 공연에 참여하지 않거나(혹은 못하거나), 영상에 나오는 셀럽들을 꾸준히 집에서(혹은 인터넷이 연결되는 모든 공간에서) 챙겨보는 팬들을 일컬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공연들이 대거 취소되면서 팬들은 비자발적으로 안방팬이 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집단감염 우려로 인해 사람들이 집 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져 콘텐츠 소비 또한 실내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봄은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공연도 많아지는

  • 레트로 퓨처, 소유와 구독 사이

    모든 것을 구독하는 시대가 열렸다. 구독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간행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재의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디지털로 구독한다. 유튜브에서부터 OTT 서비스, 스트리밍까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실물 콘텐츠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일정 시간을 점유하고 휘발돼버리는 구독형태의 콘텐츠 향유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종이만화보다는 웹툰을 즐겨보고, 단행본보다는 전자책을 구독하거나 빌린다. 심지어 소프트웨어도 정기구독을 한다. 어도비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매달마다 일정 금액을 결재하고 일러

  • 팬들을 이야기의 세계에 끌어들이기

    법의학 팬덤이라는 용어가 있다. 미들버리 대학(Middlebury College) 미디어 연구자인 미텔(Jason Mittell)은 팬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여를 ‘법의학 팬덤’이라는 용어를 이용해 설명했다. 특히 현재 콘텐츠 기획자들은 이러한 법의학 팬덤의 수가 늘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들은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 이야기의 복잡성과 함께 팬들이 함께 적극적으로 파헤칠 수 있는 방식, 즉 적극적인 관여의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성공에는 넓게 확산되는

  • 초국적 팬덤 탄생과 미디어 플랫폼 확산

    일전 칼럼에 소개했던 스캄(SKAM) 프랑스 시즌3가 성공리에 끝났다. 노르웨이에서부터 시작해 실시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던 드라마가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등을 거쳐 프랑스에서도 수입돼 방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콘텐츠 ‘수입’이나 ‘수출’이란 말은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오리지널 콘텐츠인 스캄 노르웨이를 경험한 각국의 드라마 팬들이 프랑스 스캄을 좀 더 빠르게 수용할 수 있었고 팬들 중 일부는 실시간으로 각국의 자막을 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캄 프랑스에 캐스팅됐던 배우들은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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