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대 캠리 11월 판매 전년比 150%↑…“그랜저IG 호조가 캠리 재평가 기회로”

토요타 ‘캠리’가 현대자동차 ‘그랜저IG’ 판매 돌풍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준대형 세단 그랜저IG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월평균 판매량 1만250대를 기록, 중형 세단 쏘나타를 밀어내고 국민 승용차에 올랐다. 특이한 점은 그랜저IG를 경쟁모델로 지목한 토요타 캠리 구매 수요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가 지난 10월 내놓은 8세대 캠리는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931대가 팔리며 1년 전 372대보다 150% 넘게 판매가 늘었다. 8세대 캠리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계약 3000여대를 기록했다. 누적 계약 3000대는 지난해 캠리 연간 누적 판매량의 73% 수준이다. 토요타는 내년 8세대 캠리 5500대를 팔아치운다는 목표다.

그랜저IG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총 12만3000대가 팔리며 7만6384대를 기록한 쏘나타를 5만대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같은 기간 준중형 세단 아반떼 역시 7만7013대가 팔린 데 그쳤다. 그랜저는 지난해 5만1486대가 팔렸으나 1년 만에 138% 판매가 늘었다. 토요타가 8세대 캠리 판매에 나선 지난달에도 그랜저IG는 1만181대가 팔렸다. 

 

토요타 중형 세단 8세대 캠리(왼쪽),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IG.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신차 구매자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랜저IG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었고, 그랜저IG 구매 예정자가 토요타 캠리를 동일 선상에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 신차 구입 평균 연령이 2012년 33세에서 2017년 36세로 높아지면서 생애 첫 차를 준대형 세단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무엇보다 그랜저IG와 8세대 캠리 간 가격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반사효과를 이끌어냈다. 토요타 캠리 가솔린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3590만원에 책정됐다. 그랜저IG 판매가격은 3055만~3375만원으로 캠리와 가격차는 최상위 트림 기준 200만원 수준이다. 8세대 캠리는 전장은 그랜저IG보다 50mm 짧지만, 파워트레인이나 가격 측면에서는 그랜저IG에 밀리지 않는다.

토요타가 8세대 캠리 주력 구매층을 현대차 그랜저IG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나선 것도 구매 접근성을 키웠다. 현대차는 2011년 5세대 발표 이후 5년이 흐른 지난해 11월 6세대 그랜저IG를 내놓고 중후함 대신 역동성을 강조했다. 이에 그랜저IG 3040세대 구매 비율 전체의 30% 수준으로 올랐다. 8세대 캠리 역시 전체 계약자의 35%가량이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그랜저가 최근 국내 가장 많은 사람이 타는 이른바 국민차 반열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외면 받았던 수입 중형 세단이 재평가 받고 있다”면서 “특히 가격대가 3000만~4000만원으로 비슷하고 성능이 우수한 일본차, 특히 토요타 캠리가 그랜저IG 판매 돌풍의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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