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IP 국내 최다 보유…웹툰‧웹드라마‧게임 동반성장 노려

놀 거리를 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공룡들의 놀이터가 됐다. TV와 영화, 음악, 광고, 게임 등이 21세기 경제전쟁의 한복판에 놓이면서 산업의 노른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틈새시장을 노려 승승장구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있다. 웹툰, 웹드라마, 부가판권, VFX 등 이름도 낯선 무기를 내세운 신흥 다크호스들이다. 본지는 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미의 미래 승자를 꿈꾸는 중견중소기업 3곳을 조명한다.[편집자주]

 

국내서 만화 IP를 가장 많이 확보한 업체는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미스터블루다. IP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핵심적인 수익창출원이 됐다. 웹툰에서 웹드라마, 게임까지 보폭을 넓혀가는 미스터블루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다. / 사진=시사저널e

만화로 드라마까지 판다? 이 말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tvN 드라마 ‘미생’을 떠올려보라. 혹은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좋다.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영상 작품이다. 여기서 수익창출의 핵심은 원천 콘텐츠에 대한 지적재산권(IP) 확보여부다. 

국내서 만화 IP를 가장 많이 확보한 업체는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코스닥 시총순위 599위)의 중소기업 미스터블루다. 미스터블루는 보유한 만화를 동력삼아 웹툰에서 웹드라마, 게임까지 보폭을 넓히며 공룡 놀이터가 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히든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그야말로 어느 만화제목처럼 슬램덩크를 하려는 모습이다.

최근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만화 전문기업 미스터블루를 둘러싼 두 가지 소식에 크게 놀랐다. 하나는 2015년 11월 23일 이뤄진 미스터블루의 코스닥 상장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만화를 파는 기업으로는 최초 사례였다.

미스터블루는 2002년 삼성중공업 출신 조승진 대표가 설립한 코믹앤조이가 전신이다. 코믹앤조이는 이듬해 인터넷 만화포털 미스터블루를 세상에 내놨다. 인터넷으로 바뀐 미디어환경을 등에 업고 만화포털이 순항하면서 결국 2008년에 사명을 미스터블루로 변경했다. 2015년 10월에는 웹툰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꾸준하게 보폭을 넓혀온 셈이다.

만화 기업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점도 주식 상장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미스터블루는 만화 제작부터 만화책 출판, 온라인 유통, 서비스까지 하는 일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당장 시너지가 나는 모습이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스터블루 전체 회원수는 웹툰 서비스 전인 2015년 9월 199만명에서 2016년 9월 기준 283만명으로 증가했다. 웹툰을 통해 신규로 유입된 사용자들이 온라인 만화 결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놀라게 한 또 다른 소식은 미스터블루가 정유년인 올해 2~3월 중 중국서 웹드라마를 내놓는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4월 미스터블루는 중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기업 만열영업(북경)유한공사와 사업제휴 본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4개 작품 정도를 추가 계약해 중국 시장 내 K-웹툰의 사업화 모델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미스터블루의 웹툰을 기반으로 각종 2차 저작물(게임, 영상물, 캐릭터 상품 등) 제작을 합작한다. 또 중국 시장에서의 판권과 수익을 나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제휴 체결에 대한 조승진 대표의 말이다.

조 대표는 “콘텐츠를 기반한 각종 파생상품 활성화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기반이 되는 원천콘텐츠는 지적재산권(IP)을 뜻한다.

 

조 대표는 또 다른 자리에서 “미스터블루는 만화 IP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로 이를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스터블루는 4000여개 가까운 작품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및 포괄적 저작권을 보유 중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015년 11월 23일 서울 여의도 사옥 홍보관에서 온라인 만화콘텐츠 서비스업체인 미스터블루(주)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하고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 인물이 조승진 미스터블루(주) 대표이사. / 사진=한국거래소, 뉴스1

지적재산권(IP)은 미스터블루의 가장 핵심적인 수익창출원이다. 미스터블루는 보유 중인 만화 콘텐츠를 디지털로 옮겨 웹‧모바일 플랫폼에 유료로 제공해 매출을 올린다. 또 IP를 보유한 만화 콘텐츠를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에 제공해 수익을 낸다.

국내 포털사이트의 움직임을 봐도 만화 IP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카카오는 포털 내 만화서비스를 제공하던 ‘다음웹툰’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당시 카카오 관계자는 “별도 법인이 되면 의사 결정이 빨라지고 투자 유치 등이 쉬워져 웹툰 IP 관련 사업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네이버도 2015년 네이버웹툰을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분사시켰었다. 역시 독립 취지는 “만화 IP사업 활성화”였다. 미스터블루가 가진 IP라는 무기의 힘을 방증하는 사례들인 셈이다.

웹 콘텐츠 시장에 밝은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만화 IP는 이미 영상화되어 있어 웹소설보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콘텐츠로 옮기는 게 훨씬 용이하다. 이미 캐릭터가 있으니 게임화도 편하다. 또 그 캐릭터로 상품 캐릭터에서 핸드폰 케이스까지 별별 상품을 다 만들 수 있다”며 “게임, 완구, 의류, 신발, 잡화 팬시까지 모두 가능하다. 무한확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스터블루는 게임 시장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스터블루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에오스’의 오픈베타서비스가 시작됐다. 당시 조승진 대표는 “미스터블루가 종합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곧 나올 2016년 4분기 실적에 게임매출이 포함될 전망이다. 업계안팎에서는 에오스의 해외진출까지 가시화하면 연매출 100억원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미스터블루의 연간 매출액은 220억원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의 첫 공동사업이 웹드라마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IP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복안이 읽히기 때문이다. 웹드라마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떠오르는 콘텐츠다. 국내서는 네이버가 지난해 9월 3년간 총 150억원, 연간 50억원 규모의 투자지원책도 내놨다.

미스터블루가 공략할 중국시장은 더 활황세다. 중국 인기 웹드라마 조회수는 10억뷰를 넘어선다. 중국 르티비(Letv)가 내놓은 ‘태자비승직기’의 경우 3개월 만에 누적조회수 32억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 웹드라마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독자층이 시청자로 옮겨오는 효과가 있다.

중국 시장서 IP는 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신은호 CJ E&M 중국법인 대표는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3년간 중국에서는 인기 소설과 인터넷소설, 웹툰 원작과 작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제작사들 사이에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다만 장민지 박사는 “중국서 웹드라마는 여전히 상한가지만 전에 비해 웹콘텐츠 규제가 매우 심해졌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라며 “중국 광전총국의 규제와 해적판 확산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는 영화와 드라마의 핵심 원천콘텐츠로 떠올랐다. 방송가서도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9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를 찾은 관람객과 바이어들이 각 부스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또 다른 변수도 있다. 미스터블루 고속성장의 발판이 된 웹툰과 만화시장에서 작가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웹툰에 밝은 한 콘텐츠산업 전공 학자는 지난해 기자도 참석한 강의 자리에서 “최근 웹툰 작가들이 ‘봇물이 터진 상황이라 들어오는 일감은 다 받아들인다’라고 말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웹툰이 캐시카우(cash cow)가 되자 우후죽순 관련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결국 지속적인 IP확보가 공룡 틈바구니서 미스터블루의 미래를 보장할 핵심 담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스터블루는 블루캠퍼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내부작가를 양성 중이다.

일단 지금까지 미스터블루의 성장세는 높다. 현재 미스터블루 한해 매출액 규모는 220억~230억원 수준이다. 2016년 영업이익은 4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규모가 작지만 30% 이상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내년부터는 중국에 수출한 100개 웹툰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된다. 유료결제 매출로 인한 수익이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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