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주액 덕에 시가총액 2000억 기업 '우뚝'…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지향

2013년 개봉한 영화 ‘미스터고’에서 주인공 고릴라에 대한 컴퓨터 그래픽 구현을 위해 만들어진 업체 덱스터 스튜디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시가총액은 어느새 2000억원을 넘어섰다. / 사진=시사저널e

공룡 틈새서 시장을 찾다 어느덧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덱스터 스튜디오(이하 덱스터)가 고릴라로 왕서방을 사로잡았다. 고릴라는 덱스터 탄생의 주역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미스터고’에서 주인공 고릴라에 대한 컴퓨터 그래픽 구현을 위해 만들어진 업체가 덱스터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깊은 인상을 받은 중국 영화계는 할리우드 업체의 대안으로 덱스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간 국내 시장도 활황세다. 국내 영화제작비서 디지털 시각효과(VFX)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대 50%까지 올라왔다. 중국에서의 수주액도 지속적으로 늘면서 업계와 증권가에서도 공히 덱스터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덱스터 측은 VFX 기업에 매몰되지 않고 콘텐츠 기획과 투자, 배급을 총괄하는 종합 스튜디오가 되겠다는 심산이다.

2011년 12월 설립돼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 정도가 된 덱스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안팎에서 폭주기관차로 불린다. 돋보이는 실적성장 덕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덱스터의 누적 매출액은 228억원이다. 직전해(187억원)보다 22%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15년 덱스터 매출액은 260억원이었다. 이 수치 역시 2014년보다 39%나 성장한 금액이다.

전망은 다소 엇갈리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덱스터의 최종실적이 최소 320억원을 넘어서리라 보는 시각이 많다. 한 투자증권사는 364억원을 예측수치로 내놨다. 이렇게 되면 성장률이 40%에 이른다. 정유년인 올해에는 매출액이 450억원~480억원 안팎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9일 현재 덱스터의 시가총액은 2080억원(코스닥 227위)이다.

◇ 시작은 미스터고의 고릴라

시작은 영화 미스터고의 주인공 고릴라다. 영화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를 연출해 흥행감독 반열에 오른 김용화 감독은 영화 미스터고를 찍던 2011년 창업을 결심했다. 영화 주인공인 고릴라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다. 2013년 개봉한 미스터고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국내 VFX의 발전상을 톡톡히 알렸다. 이 덕에 중국에서도 여러 물량을 수주하기 시작했다.

덱스터는 금융당국에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미스터고는 국내 최초로 100% 3D촬영방식을 적용하고, 전체영상분량의 90%가 VFX 장면으로 제작됐다. 타워는 영상의 57%를 CG로 구현했으며, 암살도 전체분량의 30%를 VFX가 차지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영화제작비 중 VFX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0%까지 올랐다. 2010년 이전까지 이 비중은 10% 안팎이었다.

이 시장서 점유율 1위업체가 바로 덱스터다. 국내 VFX시장에서 8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업체는 5개사다. 이중 덱스터가 32% 안팎의 시장점유율로 2위인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4th Creative Party)(점유율 18%)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덱스터의 수익원은 중국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덱스터의 국내와 수출 매출 비중은 각각 28.7%, 71.3%다. 수출의 상당수가 중국서 이뤄진다. 그간 덱스터는 중국 시장에서 적인걸2, 몽키킹, 지취위호산, 몽키킹2, 봉신전기 등의 VFX 작업을 수주했다. 또 덱스터는 중국 상하이에 중국법인 덱스터차이나도 설립해놨다.

하나금융투자증권은 선강퉁(深港通) 유망종목으로 덱스터를 꼽으며 “덱스터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프로젝트별 국가를 보면 중국향 수주액이 약 394억원에 달한다. 덱스터는 헐리우드 VFX 회사 대비 프로젝트 수주시 1인당 하루 인력 단가(할리우드 약 130만원, 덱스터 약 45만원) 및 흥행 영화 레퍼런스 확보로 수주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VFX시장 규모는 이미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서 VFX를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는 판타지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대형호재다. 한 문화산업 관련 학자는 “중국 관객들은 판타지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착요기, 미인어, 몽키킹 등 중국에서 흥행한 영화들 상당수가 CG를 필요로 하는 영화”라고 전했다. 주성치가 제작‧연출한 미인어는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서 94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덱스터는 그간 다양한 VFX 프로젝트를 수주해 실적을 쌓아왔다. 사진은 덱스터 홈페이지에 소개된 VFX 관련 캐릭터들의 모습. / 사진=덱스터 스튜디오 홈페이지

◇ 한한령도 비켜가…2대 주주가 완다인 점도 대형호재

이 때문인지 한한령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덱스터는 중국 엑티브 펠콘 필름스 프로덕션 리미티드(Active Felcon Films Production Limited)와 영화 ‘몽키킹3’ VFX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75억 7575만원이다. 2015년 매출액 대비 2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8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현실화한 ‘한한령’ 국면에서 성사시킨 계약이라 업계 관심이 컸다.

또 12월에는 중국 알파그룹 산하 알파픽쳐스로부터 영화 ‘신과 함께’ 관련 1500만 위안(한화 약 2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1993년 설립된 알파그룹은 약 4만개의 IP를 보유한 중국 최대의 애니메이션 기업이다. 앞서 덱스터와 알파그룹은 7월에 콘텐츠 공동 기획‧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덱스터의 2대 주주가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휩쓰는 완다그룹이라는 점은 단연 관심거리다. 덱스터는 지난해 4월 중국 완다그룹으로부터 1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완다그룹의 프로메테우스 캐피탈은 창업자인 김용화 감독(27.5%)에 이어 2대 주주로 떠올랐다.

또 최근에는 VR(가상현실)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VFX 원천기술을 활용해 VR(가상현실)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점은 플러스알파 요인”이라며 덱스터가 “(올해) CJ CGV에 이어 영화업종 차선호주”라고 내다봤다.

중국 현지 엔터테인먼트 업계서 한국 콘텐츠를 중개하는 에이전트는 “중국 시청자들의 눈이 한 단계 올라왔다. 중국서 인기 끈 착요기나 미인어 모두 중국 판타지 무협인데, 이 때문에 국내 관련 전문가들이 ‘핫’해졌다”며 “이와 관련한 에이전시와 시장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덱스터는 기술기업의 길보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패는 올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덱스터는 한‧중 합작영화 쿵푸로봇 제작소식을 공식화했다.

쿵푸로봇은 덱스터가 중국 진출을 목표로 완다픽쳐스와 2년간 기획을 거쳐 내놓은 공동프로제트다. CJ E&M도 제작‧투자에 참여한다. 또 올해 중에는 3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국내영화 ‘신과함께’를 개봉한다. 이 영화는 덱스터 대표인 김용화 감독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신과함께의 공동제작사는 화제작 ‘광해’를 만든 리얼라이즈픽쳐스다.

지난해 6월 쿵푸로봇 제작발표 직후 기자와 통화했던 덱스터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국 업체로부터 VFX 사업을 수주 받아 일하는 방식이었다면 쿵푸로봇은 콘텐츠사업부가 맡아서 공동 투자‧제작자로 참여하는 형태”라며 “앞으로는 VFX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기획, 투자를 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