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70원대 고착···정유사 공급가·유류세 인상까지 겹쳐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4주 연속 오르며 넉 달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인데도 국내 판매가격이 꺾이지 않는 건 ‘원/달러 환율 급등’이 유통 전 과정에 반영되면서다. 석유제품 수입·정제·운송 단계마다 비용이 늘자 소비자 가격도 함께 올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729.7원으로 전주 대비 25.8원 올랐다. 지난주 36주 만에 17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 주도 상승 폭이 이어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1799.1원, 부산 1705.8원으로 집계됐다. SK에너지 주유소가 1737.4원으로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는 1701.2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경유도 같은 기간 38.5원 오른 1636.6원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 경유 가격이 1600원대에 올라선 건 2023년 11월 넷째 주 이후 2년 만이다. 정유사 공급가격 역시 휘발유 1668.5원, 경유 1606.7원으로 각각 6.7원, 33.2원 상승했다.

국내 기름값이 꺾이지 않는 결정적 요인은 높은 환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뚫고 올라섰다. 지난 21일 종가는 1475.6원으로, 4월 이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1476원까지 치솟았다. 달러 인덱스는 사흘째 100선을 상회하고 있고 엔/달러 환율도 157엔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이달부터 시행된 유류세 조정도 부담을 키웠다.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738원에서 763원으로 25원, 경유는 494원에서 523원으로 29원 인상됐다. 연말 성수기 수요까지 겹치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부는 지난 13일 업계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석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정유·주유소 업계에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연말 성수기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기름값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번주 기름값은 국제 석유 제품가와 환율이 상승한 여파로 4주 연속 올랐다”며 “다음 주에도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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