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약세
달러 강세·엔화 약세 직격탄
외국인 매수·내국인 해외투자로 원화 약세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월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2020년=100)로 전월보다 1.44포인트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다.
◇ 원화 가치 하락 지속···64개국 중 하위권
이는 비상계엄 여파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89.29보다 더 낮은 수치다. 또 외환 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11월 당시 86.63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다. 10월 한국은 BIS 64개국 중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으며, 한국의 한 달 하락 폭(-1.44p)은 뉴질랜드(-1.54p)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원화 가치는 2.62% 하락해 엔화(-1.56%), 호주달러(-1.31%) 등 주요 통화 대비 큰 낙폭을 보였다.
박지훈 하나은행 자금시장본부 팀장은 “위험 회피 심리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내국인의 미국 주식 투자로 달러 매수세가 몰려 원화 약세 압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며 “국내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점도 실질실효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 환율 1500원대 가능성 거론···"정부 개입만으로 방어 어려워"
환율은 150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1일 장중 1476원까지 오르며 4월 고점(1487.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약세로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끄는 흐름이 수년간 지속됐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76원까지 상승했고,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실질가치가 추가 하락했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 결정을 내릴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엔화 약세도 환율 상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요인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1500원 선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 개입만으로 환율의 방향성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 상단을 1540원, 하단을 1410원으로 제시하며 1400원대가 새 기준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