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란 차관, 군기반장 악역 수행···보건실 제외 업무영역 넓어
진영주 실장, 잘된 인사 평가···이 차관 보직 물려받아 활동
박창규 과장, 물갈이 앞두고 긴장감···“입이 무거워야” 지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대규모 실국장 인사를 앞두고 있는 보건복지부에서 이스란 차관과 진영주 실장, 박창규 과장 영향력이 증대되며 직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 3인방은 연금정책을 담당하며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여서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복지부에 따르면 조만간 실장 인사에 이어 국장 인사가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가 지난달 30일 마무리됨에 따라 국감 이후로 예상됐던 실국장 인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그동안 실장 승진자 후보로 거론됐던 복지부 국장이 9명으로 파악되면서 이미 승진 발령을 받은 진영주 사회복지정책실장을 제외한 8명이 경쟁하는 현실로 파악된다. 의료개혁추진단장을 포함한 6명 실장 중 진 실장을 제외한 5자리가 이번에 바뀔 가능성이 거론된다. 단, 외부에서 복지부로 복귀하는 실장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어 정확한 승진 TO 분석이 쉽지 않다는 것이 소식통 전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복지부에서는 이스란 제1차관 등 요직에서 근무하는 3명 관료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직 자체에서 나오는 권한과 파워가 강력하고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어서 입길에 오르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6월 하순 임명된 이스란 제1차관은 유명세를 타는 정무직 관료로 꼽힌다. 연금정책관과 사회복지실장 시절에도 ‘나무위키’ 사이트에 이름이 없던 그는 이제 출신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53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감각적인 프로필 사진이 확산되고 있으며 각종 뉴스에도 빈번하게 얼굴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퇴직자는 “뉴스를 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 대신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흐뭇한 눈빛으로 보는 이 차관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품이 훌륭한 정은경 장관과 이형훈 제2차관 대신 이 차관이 복지부 군기반장이라는 악역을 맡아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직을 포함, 1000여명이 근무하는 복지부에서 본래 인품은 숨기고 직원들 군기를 잡고 일을 시키는 악역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이 차관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에서 과장까지 역임했지만 오랜만에 복귀한 정 장관은 내부 사정에 어둡고 보건의료정책실만 총괄하는 이형훈 제2차관은 학자풍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이 차관과 이기일 전 차관은 여러모로 비교된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건국대 동문 사이인 이 전 차관과 이 차관은 복지부 제1차관으로 근무하며 악역을 맡았거나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셈이다. 대학 동문 사이지만 그들은 사적 친분이 없었다. 과거 이 전 차관은 이 차관과 관계에 대한 기자 질문에 “(이스란 과장은) 혼자서도 잘 큰다”며 확실한 선을 그었다. 결국 혼자 복지부 차관까지 올라간 그의 향후 행보도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차관에서 물러나면 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다가 기관장에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학사관리가 엄격한 서강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 받은 사실을 강조한다.
이 차관이 발탁된 후 박창규 부이사관(3급)이 인사과장으로 임명되고 진영주 연금정책관이 사회복지실장으로 발탁되자 인사에 대한 영향력 여부도 주목 받았다. 그가 차관으로 발탁됐을 때 청와대 인사위원장이 건대 출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고 진영주 정책관과 박창규 부이사관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직속 후배였기 때문이다. 1973년생 강 실장이 건대 경영정보학과(94학번) 출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차관이 후배 직원 인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반적 분석이다. 또 다른 복지부 퇴직자는 “이 차관은 복지부 직원들 상당수를 점유하는, 본인 인사에만 관심 있는 관료”라며 “다른 직원들이 운동할 때 업무 자료 들여다보는 사람이 이 차관”이라고 강조했다.
진영주 실장의 경우 정 장관이 인사를 잘한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복지부 고위직 화두가 ‘고대’와 ‘호남’인 것은 사실이다. 복지부 주변에 알려진 9명 실장 승진자 후보군 중 호남 출신은 4명으로 파악된다. 고대 졸업자는 2명이다. 고대 비중이 예상보다 낮지만 복지부 고위직과 요직을 중심으로 높은 점유율은 그동안 여러 번 보도한 바 있다. 일례로 복지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에 파견된 3명 행정관 중 2명이 고대 출신이다.
당초 이스란 차관 승진으로 공석이었던 사회복지실장에도 호남 출신 A국장이 거론됐지만 의외로 영남 출신 진영주 정책관이 발탁됐다. 그의 출신 대학도 복지부 고위직에서 3명으로 집계되는 연대다. 다른 실 근무 경력이 많은 A국장보다는 사회복지실 산하 연금정책관이 수직 상승해서 실장을 맡는 것이 외부에서 보기에도 자연스러운 측면이 많다. 이 차관의 연금정책관과 사회복지실장 보직을 그대로 밟은 점도 눈길을 끈다.
어차피 향후 실국장 인사에서 고대와 호남 출신 여러명이 발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독 발령인 사회복지실장에 예상과 다른 관료가 임명되면 복지부 고위직을 특정세력이 독식한다는 이미지는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전망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진 실장 발령 이후 고위직 인사에서도 광주 출신 박재만 국장이 복귀해 복지행정지원관으로 발령 받았다.
박창규 인사과장은 최대 현안인 실국장 인사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느냐 차원에서 주목되는 관료다. 기존 복지부 실장이 사표를 제출했는 지 여부도 확인이 안 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되는 현실에서 실장의 명예퇴직 신청서를 받는 악역은 박 과장 몫이다. 이를 철저하게 함구하는 역할도 그에게 요구된다. 인사과장에 전격 발탁된 지 한 달 반 가량 경과돼 그에 대한 직접 비판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 특성상 능력, 실력과는 관계 없이 직원들 입길에 오르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차분함이 장점으로 꼽히는 박 과장이지만 물갈이를 앞둔 시점에서 그를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관가 소식통은 “업무 특성이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데도 인사과장을 희망하는 서기관이나 부이사관은 항상 많으니 미스테리”라며 “능력이 우수하고 성과가 많아 발탁된 3인방은 겸손한 언행으로 직원들 마음을 얻어 업무에만 올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