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동기 박창규·박재찬 과장, 청와대 근무·요직 경력 등 공통점
연금개혁 이슈로 박창규 과장 업무강도 증가···리더십 필요 시점
박재찬, 인사과장 특성으로 업무 고충 늘어···“상사 지시 수행”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인물이 많기로 소문난 보건복지부의 행정고시 48회 공무원 중 선두주자인 박창규 과장과 박재찬 과장(직급순)이 주목받고 있다. 공통점을 보유한 두 과장은 유능한 정통행정관료지만 최근 업무 고충이 적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1일 복지부에 따르면 소속 공무원 중 행시 46회부터 동기 숫자가 10명 이상으로 파악돼 해당 관료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된다. 46회는 13명이며 57회까지 동기가 가장 많은 기수는 16명인 48회다. 행시 동기가 많은 경우 장점도 있지만 부담되는 측면도 있다는 전언이다. 복지부 퇴직자 A씨는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근무 고충을 털어놓는 장점도 있지만 승진자 발표 때마다 예민해지고 혹시 탈락할 경우 스트레스도 있다”고 전했다.
최대 인원으로 파악되는 48회 선두주자로는 박창규 국민연금정책과장과 박재찬 인사과장이 적지 않게 거론된다. 이에 두 명의 박 과장이 행시 동기 중 선두주자로 꼽히는 객관적 사유와 공통점을 분석하면 우선 우수한 업무능력 기준의 하나인 청와대 파견 근무 경력이다. 박재찬 과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청와대로 파견돼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박 행정관이 맡았던 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이었다. 행시 합격 후 초임 사무관 시절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감안한 업무 배분이었다. 식약처 관계자 B씨는 “식약청에서 근무했던 박 과장이 진로를 고민할 당시 청에 남으라고 권유했지만 결국 그는 떠났다”고 말했다.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무리한 박 과장은 2015년 11월 복지부로 복귀하며 사회서비스자원과장에 임명됐다. 당시에도 복지부 또는 식약처 어느 곳으로 복귀할 지가 관심사였던 박 과장은 복지부를 선택했다. 참고로 당시 청와대 박 과장 업무 후임자는 지난해 말 명예퇴직한 김유미 전 식약처 차장이었다. 당시 복지부에서 행시 48회는 주로 무보직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박 과장은 동기 중 처음으로 과장 보직을 받았다.
박창규 과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활동했다. 익명을 요청한 질병관리청 관계자 C씨는 “박창규 행정관이 청와대 근무 당시 코로나 19 업무를 진행하면서 질병청에 다소 거칠게 밀어붙일 때가 있었는데 나쁜 사람이 아닌 걸 인지하고 있어 이후 잘 지낸다”고 말했다. 청와대 파견 근무는 현실적으로 박창규 과장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의 행시 동기 김건훈 재정운용담당관도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했는데 복지부 복귀 전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것이다. 현재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에서 행시 48회 관료 2명이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창규 과장과 박재찬 과장은 인성이 뛰어나고 업무스타일이 합리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창규 과장은 직원들과 잘 지내고 상사를 잘 모시는 편이어서 상하위 직급에서 평이 좋은 편이다. 박재찬 과장은 복지부 직원들로부터 好人(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살 이상 차이 나는 직원이나 오랜 시간 같이 지낸 행시 동기에게도 깍듯이 존대말을 사용하고 경청한다. 행시 동기 D씨는 “(박재찬 과장은) 남의 말도 잘 듣지만 강단이 있다”며 “(무조건) 듣는 말에 휩쓸리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퇴직자 E씨는 “(박재찬 과장은) 남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두 명의 박 과장은 청와대 파견 근무 외에도 복지부 요직을 섭렵했다. 1977년생 박창규 과장은 충주고와 고대를 졸업했다. 해외의료사업과장과 재정운용담당관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2월 국민연금정책과장을 맡아 능력을 인정 받았다. 그의 국민연금정책과장 전임자가 행시 44회 박재만 부이사관이란 점을 감안하면 4기수를 뛰어넘은 발탁 인사로 파악된다.
박재찬 과장은 1970년생으로 경북대 법학과에서 수학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아동복지정책과장, 장관비서관, 국민연금재정과장,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을 거쳤다. 흔히 복지부 3대 과장은 보험급여과장과 국민연금재정과장, 인사과장을 꼽는다. 이중 2개 보직을 수행한 관료는 박창규 과장 상사인 이스란 사회복지정책실장 등 극소수로 알려졌다. 2개 보직과 또 다른 요직 장관비서관, 여기에 청와대 파견 근무까지 서기관 시절 경험한 관료는 이스란 실장과 박재찬 과장 등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찬 과장이 인사과장으로 발탁된 것도 당시 눈길을 끌었다. 전임 유주헌 인사과장이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한 후 예상을 뒤엎고 박 과장이 임명됐던 것이다. 통상 각 행시 기수의 선두주자를 인사과장으로 임명하던 관행은 직전까지 행시 43회가 3번 연속 발령받으며 유명무실해졌다. 하지만 행시 43회에서 48회로 5기수를 뛰어넘어 인사과장이 임명된 것은 이례적 발령으로 평가 받았다.
이같은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두 명의 박 과장을 48회 선두주자로 꼽는 것은 타당성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요직 수행과 비례해 최근에는 업무 과중에 따른 고충이 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직무정지 상태지만 연금개혁은 복지부의 주요 현안인 만큼 박창규 과장 업무강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직원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복지부 퇴직자 F씨는 “업무강도가 최고조인 상황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 직원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며 “주무과장을 맡고 있는 박창규 과장이 수습하고 리더쉽을 발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2023년 10월 인사과장으로 부임했던 박재찬 과장도 17개월 째 근무하고 있다. 양성일 전 복지부 차관은 23개월간 인사과장으로 활동했으며 이기일 현 복지부 제1차관도 21개월 근무한 바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후임자가 예상대로 오는 6월 경 취임한다고 가정하면 이기일 차관에 맞먹는 20개월을 인사과장으로 재임할 전망이다. 이같은 장기간 근무로 인해 그의 업무 고충도 누적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퇴직자 G씨는 “양성일 차관, 이기일 차관과 박재찬 과장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재임기간만 해당된다”며 “실세였던 그들과 박 과장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재찬 과장이 업무로 비판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어 G씨는 “인사과장 자리에 앉게 되면 본인에게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며 “대부분 인사과장 역할은 상사 지시나 요청사항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비판이나 민원은 인사과장 몫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 모 인사과장은 승진에서 탈락한 관료로부터 본인을 제친 관료 발령 사유가 무엇이냐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결국 박창규 과장과 박재찬 과장이 고충을 최소화하며 업무를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박창규 과장은 국 직원들이 후유증을 겪지 않도록 수습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