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정책실, 복지와 연금 담당···이 실장은 연금 전문가
3월 국회서 연금법 통과···담당 국장과 실장으로 33개월 활동
이해관계자와 소통 능력, 남편도 산업부 실장···대선 후 거취 주목
정부중앙부처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은 ‘관료사회의 꽃’으로 불리운다. 국과장을 통솔하고 부처 정책을 대통령실과 국회, 다른 부처에 ‘세일즈’한다. 업무추진비 사용 권한이 있고 보건복지부의 경우 무보직 서기관 이하 인사권도 가진다. 업무능력은 기본이고 리더십과 인간적 매력을 소유해야 올라갈 수 있다. 반면 소관 정책을 책임져야 하고 대기업 임원처럼 계약직이라는 한계도 거론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6월 3일 대선이 시행돼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고 신임 장관이 부임하면 이들 거취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에 시사저널e는 복지부 고위공무원 가급 관료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차기 정부에서 차관 승진 가능성이 있는 실장 6명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몫이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은 산하에 복지정책관, 복지행정지원관, 연금정책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 등 4개 조직을 거느린다. 복지정책관은 복지정책과, 기초생활보장과, 자활정책과, 기초의료보장과를 두고 있다. 복지행정지원관은 지역복지과, 급여기준과, 복지정보기획과, 복지정보운영과를 통솔한다. 연금정책관은 국민연금정책과, 연금급여팀, 국민연금재정과, 기초연금과를 두고 있다. 사보위 사무국은 사회보장총괄과, 사회보장조정과, 사회보장평가과를 통솔한다.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은 이처럼 복지와 연금정책을 담당하는 실로 이해하면 된다.
현재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수장은 이스란 실장이다. 1972년 7월생인 이 실장은 의정부여고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91학번)를 졸업했다. 행시 40회로 관가에 입문한 그는 복지부에서 장관비서관과 국민연금재정과장, 보험급여과장, WHO(세계보건기구) 파견, 요양보험제도과장, 의료자원정책과장, 보육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파견, 혁신행정담당관, 국민연금정책과장을 거쳐 2020년 건강정책국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연금정책관으로 활동했던 그는 지난해 6월 사회복지정책실장으로 승진하며 고위공무원 가급을 달았다.
그의 공직경력에서 눈에 띄는 사항은 복지부 3대 과장에 손꼽히는 국민연금재정과장, 보험급여과장, 인사과장 중 두 자리를 역임했다는 점이다. 통상 복지부 관료가 3대 과장 중 한자리도 경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과 실력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의사 출신 관료가 보험급여과장에 주로 발탁되는 복지부 인사 관행을 감안하면 두 자리 역임은 더욱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복지부에서 국민연금재정과장과 국민연금정책과장, 연금정책관을 맡아 활동한 연금정책 전문가라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퇴직자 A씨는 “현재도 일부 그러하지만 과거에는 건강보험이나 연금 부서에 아무나 갈 수 없었다”라며 “사무관 시절 인사과에 연금 부서를 희망했다가 탈락하자 아예 부를 떠난 관료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정무감각이 뛰어난 정윤순 사회복지정책실장이 지난해 6월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되자 당시 연금정책관이었던 이 실장이 승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임 1년도 되지 않은 이 실장은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했다. 핵심은 복지부 숙원 사업이었던 연금개혁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점이다. 3월 20일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이 가결된 것은 이 실장을 포함한 복지부 관료들에게 기쁨과 보람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연금개혁이 국정과제로 부상한 후 이 실장 등 복지부 관료들은 개별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등 물밑작업을 진행했다. 2022년 8월 연금정책관에 발령받았던 이 실장은 33개월을 담당 국장과 실장으로 활동하며 연금개혁 국회 통과에 역할을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 실장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돋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퇴직자 B씨는 “국장 이상 고위직 관료는 업무 관련 이해관계자를 만나 영업도 해야 하는데 이 실장은 과장 시절부터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정책을 알리는 데 유능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퇴직자 C씨는 “이 실장이 2년 9개월 동안 핵심과제를 진행했으니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미뤄 짐작이 가는 부분”이라며 “이 실장은 후배인 진영주 연금정책관이 대상포진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하는 등 공을 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 실장은 2024년 12월 기준 연기금 수익률 15.04%(기금규모 1209.2조원)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의료급여 정률제 도입,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입원료와 격리보호료 수가 신설 등 의료급여 개편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 대상 지자체를 39개에서 229개 시군구로 확대한 것도 그의 실적으로 꼽힌다. 11개월 동안 이같은 성과를 달성한 그는 차기 정부 출범 후 거취가 주목되는 복지부 실장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연금개혁을 달성한 상황에서 후속업무를 처리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가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돼 근무한 반면 고위공무원 가급으로 승진한 시점은 윤석열 정부다. 이처럼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에서 고루 중용됐던 이 실장의 연금정책 전문성은 그의 중요한 자산으로 판단된다. 업무 외적인 부분을 보면 고위공무원 가급 부부란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실장 배우자인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그의 행시 동기다. 대구 출신 1970년생 이 실장은 대원외국어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서 수학했다. 산자부에서 청와대 파견, 에너지절약협력과장, 구주통상과장, 자원개발전략과장, 기획재정담당관, 신통상질서정책관, 정책기획관, 원전산업정책국장을 역임했다.
관보에 게재된 이 실장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 34억원이다. 슬하에 아들 1명을 둔 그는 후배직원들에게 밥을 잘 사는 등 베푸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복지부 퇴직자 D씨는 “인성에서도 흠잡을 데 없고 유능한 관료가 이 실장”이라며 “그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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