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 개발, 막대한 글로벌 임상 비용 들어
제네릭은 인도 제약회사의 낮은 인건비 이겨내기 어려워
개량신약, 혁신신약보다 비용 적으면서 제네릭보다 약가 높아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e 제5회 제약바이오 국제 포럼-K-제약바이오의 미래를 보다'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e 제5회 제약바이오 국제 포럼-K-제약바이오의 미래를 보다'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국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개량신약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라 봅니다. 한국유나이트제약은 개량신약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은 23일 시사저널e가 개최한 ‘제5회 제약바이오 국제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정 부사장은 한국제약산업은 12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대의약품이 탄생한 1987년부터 시작된 한국제약산업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 1960~1980년은 기술 자립시기를 보냈다. 이후 현재까지는 제도정착 및 발전기를 지나고 있다. 특히 1999년엔 최초로 합성신약(NME)를 국내기술로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다. 120년만에 세계 11번째로 NME개발국에 올라선 것이다. 

정 부사장은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산업은 내수 산업에 그치고 있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86.6%에 달한다. 이러면 성장은 지체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화의 기회를 맞고 있다. 국내의 의약품 개발 기초 역량이 우수한 수준에 올라섰으며, 정부·기업들도 글로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에 따라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도 향상됐다. 

글로벌화를 위한 ‘열쇠’는 개량신약에 있다는 것이 정 부사장의 주장이다. 개량신약이 혁신 신약과 비교해 개발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도 제네릭(복제약)보다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으로 승부하기엔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 인도의 제약회사 시플라(Cipla), 란박시(Ranbaxy)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산업을 이끌기도 쉽지 않다.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효용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글로벌 임상을 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NME는 40개의 컴파운드(compounds)가 존재하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은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다. 더구나 40개의 NME 가운데 최근 10개는 허가가 취소·만료됐다. 사실상 효용성이 없어 버려진 것이다. 

국내 개량신약 개발은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 국내 제약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화이자의 노바스크였다. 이 제품은 2006년까지 특허 기간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에서 이 제품의 염을 변경해 개량한 아모디핀정을 내놓았다. 이는 노바스크와 같은 약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개량신약이었다. 아모디핀정은 결국 노바스크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개량신약에 집중하는 이유다. 전 부사장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제품 기획 과정에서 행해지는 ‘오픈 스펙트럼’이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이라 강조했다. 회사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소, 대학, 일반인들의 제안도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개량신약을 모두 자체 개발하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총 14종의 개량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항혈전제 실로스탄 ▲고지혈증 치료제 아트맥콤비젤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가스티인 ▲고지혈증 치료제 오메틸큐티렛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라베듀오 ▲저용량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라베미니 등 6종이 매출 100억원을 넘기며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전 부사장은 “한국유나이트제약은 개량신약에 집중하는 차별화를 성공적으로 한 결과 꾸준히 성장했다”라면서 “더불어 국내 제약산업도 차별화를 통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