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 제약바이오 국제포럼 기조연설서 발표
“기후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팬데믹 계속 확산할 것”

피터 호테즈 교수가 시사저널e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피터 호테즈 교수가 시사저널e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는 우연한 재앙이 아니라 이미 예고된 위기의 연속선상에 있다.” (피터 J. 호테즈(Peter J. Hotez) 교수)

21세기 들어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에볼라, 지카,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지속 확산되는 가운데 호테즈 교수는 앞으로도 팬데믹이 계속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단순 환경뿐 아니라 감염병, 보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저비용 백신과 조기경보체계 등 과학 기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시사저널e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K-제약바이오의 미래를 보다’라는 주제로 ‘제5회 제약바이오 국제포럼’을 열었다. 기조연설을 맡은 호테즈 교수는 <Climate Health and Pandemic Threats(기후변화가 인류 건강과 팬데믹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피터 호테즈 교수는 미국 베일러의대 소아과 및 분자바이러스학·미생물학 교수이자 텍사스 어린이병원 열대의학대학원 학장이다. 그는 저비용 코로나19 백신 코르베백스(Corbevax)를 공동 개발해 개발도상국 백신 형평성 확대에 기여, 지난 2022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된 백신 과학자다.

호테즈 교수는 전 세계를 휩쓴 사스와 신종플루(H1N1), 메르스, 에볼라, 지카, 코로나19 등을 연도별로 짚으며 이같은 흐름을 ‘하나의 연속된 경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까지 감염병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국지적 사건으로 여겨졌지만 기후변화와 세계화로 인해 국경을 넘는 속도와 규모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팬데믹은 과거의 일회성 재난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만든 구조적 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호테즈 교수는 기후변화가 감염병 확산을 어떻게 가속화하고 있는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매개체(모기·진드기 등)의 확산을 팬데믹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온도 상승과 강수량 변화로 인해 모기와 진드기 같은 곤충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뎅기열·치쿤쿠니야·말리라아 같은 질병이 유럽과 북미로 확산한다는 것이다.

피터 호테즈 교수가 시사저널e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피터 호테즈 교수가 시사저널e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호테즈 교수는 “기후변화는 단순 환경 이슈가 아니라 인류 건강의 위기”라면서 “도시화와 빈곤이 결합된 초대형 도시(Megacity)에서는 전염병이 빠르게 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인도·방글라데시·나이지리아 등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초대형 도시는 열악한 위생환경, 고밀도 인구 구조로 감염병에 취약해 다음 팬데믹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인류 건강과 생존은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라면서 “이제는 보건·경제·사회정책을 아우르는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백신 접근성이 낮은 개발도상국이 다음 팬데믹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면서 “과학기술의 혜택이 모든 국가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테즈 교수는 기후변화와 건강은 인류 생존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은 단지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라 허위정보, 반(反)과학 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감염이 함께 번지는 문제다. 기후변화가 감염병 확산을 가속화하고, 보건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정치적 불안정까지 야기하고 있다”면서 “이제 과학적 대응 없이는 미래의 팬데믹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우리는 더 이상 기후와 건강을 별개 영역으로 볼 수 없다”면서 “기후 건강은 21세기 인류 생존의 새로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