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본사서 엄수···개인보다 조직 앞세운 리더십 조명
74년 창립 후 제련기업 세계 1위로···102분기 연속 흑자 달성
유훈 ‘100년 기업’ 비전,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계승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10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진행됐다. / 사진=고려아연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10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진행됐다. / 사진=고려아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장남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부인 유중근 여사(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이제중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약 한 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영결식은 약력 보고, 추모 영상, 조사, 헌화 순으로 차분히 이어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도 근조화환을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백순흠 고려아연 사장은 약력 보고에서 “최 명예회장은 부친인 고(故) 최기호 창업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회사를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제련기업으로 키운 분”이라며 “사람을 존중하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미래 세대에 책임지는 경영을 실천한 시대의 리더였다”고 회고했다.

이제중 부회장은 조사에서 “황무지 같던 한국 비철금속 산업을 개척한 혜안과 의지가 오늘의 고려아연을 만들었다”며 “기술도 인재도 부족했던 시절, ‘불가능에 도전하라’는 그의 신념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추모했다.

1941년 황해도 출생인 최 명예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멤버로 경영에 참여한 그는 평생을 소재 자립과 비철금속 산업의 토대 구축에 헌신했다.

최 명예회장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재임 기간 연 제련공장 준공, 열병합발전소 준공, 아연전해공장 증설, 호주 아연제련소 SMC 설립 및 준공, 전사 ISO 9001 인증 획득 등의 성과를 냈다. 

최 명예회장은 생전 “기업이 성장을 멈춘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죽는 것과 같다.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강조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몇몇 ‘스타플레이어’보다 ‘조직력’을 중시하며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 결과 고려아연은 38년 무분규, 102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 명예회장의 철학은 아들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글로벌 그린소재 기업’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 명예회장의 유훈인 ‘100년 가는 회사’를 실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이차전지소재·자원순환 사업을 아우르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전략광물 판매 호조와 신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 7조6582억원을 달성하는 등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최 명예회장의 장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회사장으로 나흘간 치러졌다. 장지는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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