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고려아연이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공정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던 전략광물 ‘갈륨’의 국내 생산이 본격화한다. 중국의 수출통제로 갈륨 가격이 2년 새 4배 이상 폭등한 가운데 이번 투자는 한국의 자원 안보를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이달부터 2027년 12월까지 약 2년간 557억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제련소 내에 갈륨 회수공정을 신설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공장은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거쳐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약 15.5톤(t)의 갈륨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시세(kg당 920달러) 기준으로 연간 약 110억원의 수익이 기대된다.

갈륨은 한국 정부가 지정한 33종의 핵심광물 중 하나다. 미국 역시 국가안보 차원에서 전략물자로 관리한다. 갈륨은 반도체·태양광·야간투시장비·LED·5G 통신장비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인다. 하지만 전 세계 생산량의 98.7%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공급 리스크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 2023년 7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미(對美)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갈륨 가격은 2023년 6월 1㎏당 257.5달러에서 올해 6월 782.5달러로 뛰었고 최근에는 1112.5달러까지 치솟았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이번 갈륨 회수공정에서 부산물 형태로 인듐을 연간 16t 이상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듐은 반도체·태양광·디스플레이 등 주요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이다. 인듐 역시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고려아연은 연간 150t 규모의 인듐을 생산한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수준의 제련기업이다.

고려아연은 갈륨 외에도 게르마늄·안티모니 등 전략광물 생산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세계 최대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2028년까지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공장을 완공해 연간 10t을 생산할 계획이다. 안티모니는 올해 6월부터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고려아연 측은 “전략광물 생산 허브로서 국가의 자원 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투자와 기술 향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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