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 AI 기술력 조명
“AI가 기존 자율주행 개발 형식 압도, 100% 도입될 것”
“해외 강국에 맞서 자율주행 데이터 공유 고려할 만”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룰베이스 방식이 흔했던 예전엔 엔지니어 10명이 일당백 정신으로 더 좋은 룰베이스를 만들면 타사 엔지니어 100~200명을 상대할 만했다. AI 방식이 도입된 후 데이터, 지표에 대한 양적 경쟁이 시작돼 자금이 없으면 맞서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다.”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은 18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2025)’에서 ‘자율주행과 AI’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지난 2018년 7월 설립돼 올해 7주년을 맞은 자율주행 개발·제조 스타트업이다. 현대자동차 엔지니어 출신 4명이 공동 설립해 솔루션 개발 성과를 창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이드 하우스 인사이트가 지난 3월 발표한 기술 순위에서 평가 대상 20개사에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진입해 11위에 올랐다. 작년 13위에서 2단계 상승했다. 작년 3월 기준 임직원 200명이 근무 중이고, 작년 말까지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완료해 820억원을 조달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투자 유치 성과를 내고 있지만, AI를 기반으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전환 중인 자율주행차 시장 흐름 속에서 여전히 자금에 목마른 상황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글로벌 경쟁 중인 미국 기업이 유치한 액수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작년 국내 동종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매출액 107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정부, 지자체의 용역사업에 참가해 거둔 수익이다.

솔루션 개발 과정에 도입된 AI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심화시켰단 관측이다. 과거엔 엔지니어들이 일일이 조건별 지시사항을 입력하는 룰베이스 형식으로 자율주행차를 프로그래밍했다 하지만 AI 방식이 도입된 후, 엔지니어가 최소 원칙만 입력하면 차량 스스로 운전능력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시장의 경쟁력 관건으로 떠오른 AI는 자금과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효용이 높아진다.

유병용 부사장은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과정이 하나하나 AI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AI가 과거 룰베이스 형식으로 불가능했던 부분을 해결하며 기술적으로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유병용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부사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유 부사장은 미국(웨이모), 중국(바이두), 일본 등지에서 운행되고 있는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셔틀을 직접 경험한 후 국내 사업의 방향성과 계획을 다듬었다. 작은 스타트업으로서 현실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저속, 경로 고정, 인프라 기반 등 운행 환경을 설정했다. 이어 정부, 기업을 대상으로 공공 수송(public transportation) 니즈 공략을 시도했다.

이 결과 현재 전국 자율주행 시범지구 15곳 중 13곳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의 차량에 자율주행 솔루션을 적용해 셔틀로 운행 중이다. 운행 수요가 늘어난 일부 지역에서 운행 대수를 늘리고 있고, 대국민(B2C) 서비스로 출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해외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 관련 사고의 위험성을 완화하기 위해 인지, 판단, 제어 등 자율주행 기본 요소의 기술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AI가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되는 중이다.

세가지 요소 중 인지 영역에선 룰베이스 형식보다 AI 형식이 더욱 탁월한 것으로 입증돼 대부분 개발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판단 영역에선 사고 우려를 고려할 때 아직 기술 개발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하고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어 영역에서도 룰베이스 형식이 보편적인 상황이다.

유 부사장은 “인지, 판단, 제어에 관한 모듈이 과거 100% 룰베이스 형식으로 개발되다가 속속 AI 형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먼 미래엔 대부분 (AI 형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도 노리고 있다. 국산화율 96%를 달성한 11인승 자율주행 셔틀버스 로이(ROii)를 개발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현재 서울 청계천, 경주 보문호수 일대에서 로이를 시범 운행 중이고 이달 중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운행 개시할 계획이다.

유 부사장에 따르면 한국은 자율주행 강국 대비 부족한 데이터 규모를 시뮬레이션 기술로 보완하고 있다. 유 부사장은 대기업, 스타트업들이 일종의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각각 보유 중인 데이터를 공유하면 부족 문제 해소에 도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부사장은 “회사마다 자율주행 센서 사용하는 종류, 개수, 위치, 구조가 달라서 통합적인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기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추후 세계적인 표준화가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고, 이에 앞서 국내에서 먼저 (기업들이) 컨센서스를 맞춰 나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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