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
“미·중 AI 기술 패권 전쟁 심화”
“우리는 ‘착한 AI’로 차별화해야”

김진형 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가 18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 2025)’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김진형 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가 18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 2025)’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한국은 AI로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인공지능(AI)을 나쁘게 쓰려는 의도가 없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착한 AI는 한국이 가장 잘한다는 인식을 다른 우방 국가에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어떻게든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김진형 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는 18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 2025)’에서 ‘AI 기회와 위협 : 패권 경쟁 속 우리의 선택’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패권 수호를 위해 고성능 반도체 등 AI 구동을 위한 핵심 기술들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중국은 2030년 세계 AI 패권국을 목표로 정부가 나서 내수 중심의 AI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AI 기술 패권이 미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와 중국 중심의 대안 생태계로 이분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은 기술 종속과 외교 균형 사이에서 자율성과 전략적 자립을 모색하고 있다.

김 교수는 “AI 경쟁이 이제는 미국에 있는 중국 사람과 중국에 있는 중국 사람의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중국이 AI 분야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은 패권을 수호하려고 반도체 수출 통제와 같은 방식의 전략을 쓰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뒤집어엎고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기술 국산화는 물론, 오픈소스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회유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오픈소스를 만드는 것을 너무도 잘한다. 미국에서 오픈AI와 구글이 AI 하나를 발표하면, 2~3일 후 중국이 오픈소스로 같은 기술을 선보인다”며, “중국은 이런 식으로 자기네 AI를 우리 기업들이 쓰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이런 전략으로 미국을 흔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은 미국, 중국과 다른 AI 차별화 전략으로 가야 글로벌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단 주장이 나온다. 김 교수는 대표적으로 ‘착한 AI’라는 국가적 이미지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 인구 30배인데 같은 전략으로 가는 건 어렵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AI를 활용해 차별화해야 한다. 도덕성과 윤리, 안전, 투명성에 기반한 착한 AI에서 국제규범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AI로 반도체 등 우리가 잘하는 분야와 꼭 풀어야 하는 교육, 의료, 콘텐츠 등에서 더 잘해야 할 것이며, 기후 문제, 고령화, 지방소멸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도 AI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AI가 만드는 일자리 부족, 빈부격차, 정보왜곡 등 문제들도 많은데,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글로벌에 공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협업에 대한 부분과 중장기적인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재 양성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결국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 응용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글로벌 협력도 강화해서 미국에 좋은 기술이 있으며 같이 하고, 또 중국에서도 나온 기술이 있으면 그것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인재 양성을 해야 한다”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부터 AI에 접근하고, 컴퓨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당장 2~3년 안에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미리 인재를 양성해서 20년이 지나면 모든 국민이 AI를 잘 쓰는 나라가 될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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