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다이 제조 TSMC와 협업해 좋은 평가받아
HBM4 양산 목표 내년초에서 올해 안으로 앞당겨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SK하이닉스가 당초 내년초 계획했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공급 목표 시점을 연내로 앞당겼다. HBM4는 SK하이닉스가 최초로 양산하는 커스텀(맞춤형) HBM으로, 그간 직접 설계했던 베이스 다이(die)를 TSMC 파운드리와 협업해 제조했단 점이 특징이다.
박기덕 SK하이닉스 TL은 16일 대전 카이스트 나노종합기술원에서 개최한 기술 세미나에서 “HBM 베이스 다이(HBM 맨 아랫부분)는 원래 D램 회사가 직접 했는데 HBM4에선 설계는 SK하이닉스가, 제조는 TSMC가 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주요 거래선에 시제품을 공급한 HBM4 내부 개발 절차를 마치고, 양산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 시리즈에 탑재하기 위한 최종 품질 검증 완료만 앞두고 있으며, 연내 본격 양산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메모리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 제조를 TSMC에 맡기고 있다. 이전 세대까진 범용 성격이 강했다면, HBM4부턴 고객사들의 맞춤형 제품으로 제작해야 하는 커스텀 성격이 짙어지면서 베이스 다이에 기존 D램 공정이 아닌 로직 파운드리 공정에 대한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졌단 판단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HBM4부터 베이스 다이에 자체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은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D램 공정을 통해 HBM4에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HBM4를 시작으로 HBM4E부턴 커스텀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다만 HBM 제조에 활용하던 기존 어드밴스드 MR-MUF(매쓰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 공정과 10나노급 5세대(1b) D램 기술을 HBM4에 그대로 적용했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해서 굳히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HBM2E(3세대)부터 해당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적용해왔으며,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NCF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HBM4에서도 NCF 방식을 유지 중이다.
박 TL은 “나믹스라는 일본 소재업체로부터 핵심 소재를 가져와 MR-MUF를 공동 개발했으며, 이를 적용한 HBM2E부터 HBM3E까지 사실상 HBM 시장을 SK하이닉스가 독점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을 시작으로, HBM4E부턴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본딩 기술 도입해 MR-MUF 방식과 병행해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연결하는 돌기(범프·Bump) 없이 구리를 직접 붙이기 때문에 전체 패키지 두께를 줄이면서도 집적도는 높일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코어 다이 또한 10나노급 6세대(1c) D램으로 한단계 올려 적용할 계획이다.
박 TL은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하면 웨이퍼 한 장당 두께를 좀 더 두껍게 가져갈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웨이퍼 투 웨이퍼는 쉬운데, 다이 투 웨이퍼로 가면 기술 난이도가 굉장히 올라간다. 지금 하고 싶어도 기술이 어려워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가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선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수율이 떨어지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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