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대규모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서 차세대 HBM용 신규 장비 ‘격돌’
한미반도체, HBM4 제조용 TC본더4 처음 공개
한화세미텍, 내년초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 목표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대만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전시회 중 하나인 ‘2025 세미콘 타이완’에서 각각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신규 장비를 공개했다. 두 회사는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주요 메모리 제조사에 HBM 제조용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공급 중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이달 10일부터 12일까지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한 세미콘 타이완에 나란히 참가해 전시 부스를 꾸렸다. 한미반도체는 이번 전시회에서 HBM4(6세대) 생산용 신규 장비인 TC본더4를 처음 소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은 내년초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HBM4 제조에서도 전작에 이어 TC본더를 활용할 예정이다. TC본더는 가공을 완료한 웨이퍼와 칩을 열압착 방식으로 부착할 때 사용하는 장비로, D램을 적층하는 HBM 제조에 필수 장비로 활용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HBM4에서도 TC본더 메인 공급사의 지위를 지속 유지하겠단 방침이다. 현재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마이크론, 삼성전자도 주요 거래선인 엔비디아에 HBM4 시제품을 공급하고 품질 평가를 진행 중이며, 내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이외에 AI 반도체용 신규 장비인 ‘2.5D 빅다이 TC본더’와 ‘빅다이 FC본더’ 2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2.5D 패키징은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HBM 등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칩 간 대역폭 확장, 전송 속도 향상, 전력 효율 개선 등 장점이 입증돼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적극 채택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2.5D 빅다이 TC본더, 빅다이 FC본더를 통해 대형 인터포저 패키징을 지원할 수 있다”며, “반도체 특성에 따라 TC본더 또는 FC본더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세미텍은 이번 전시회에서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며 내년초 차세대 HBM 제조용 장비로 지목되는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HBM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TC본더는 범프(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칩과 칩을 붙이는 방식이라며, 하이브리드 본더는 별도의 범프 없이 칩을 붙일 수 있어 20단 이상의 고적층 칩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칩 사이 범프가 없다 보니 전기신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반도체 성능도 크게 향상된단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본더의 경우 금속과 비금속 본딩 과정에서 틈(보이드)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화세미텍은 앞서 지난 2022년 하이브리드 본더 1세대 장비를 고객사에 R&D용으로 납품한 이력이 있다. 곧 선보일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는 본딩 시 위치 오차범위 0.1μm(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수준으로 정밀 정렬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후공정 하이브리드본더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 16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민 한화세미텍 반도체장비사업부 사업부장은 “한화세미텍은 앞서 2022년 하이브리드본더 1세대 장비를 고객사에 성공적으로 납품했다”며, “현재 개발 중인 2세대 장비는 내년 1분기 고객사 평가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처음 양산 공급한 TC본더 ‘SFM5 Expert’에 이어 내년엔 CoW(칩온웨이퍼) 멀티칩본더 ‘SFM5 TnR’, 플럭스리스본더 ‘SFM5 Expert+’, 그리고 하이브리드 본더 ‘SHB2 Nano’를 순차 출시한단 계획이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하는 한화세미텍이 독보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혁신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올해 업계 최고 수준의 TC본더를 성공적으로 공급한 데 이어 차세대 패키징 장비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종합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