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잇단 출시···국내 시장 2700억대
한미약품, 내년 ‘에페’ 출시 추진···시장 선점 등 고려
대웅제약, ‘붙이는 비만약’ 강조···‘패치’ 제형 차별화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사 비만 치료제가 속속 출시되는 가운데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신약 개발을 놓고 경쟁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가 최근 출시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에 대한 의사들 처방이 시작되는 등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노보 노디스크제약 ‘위고비’가 출시되는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진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거나 개발하는 제약사들은 물론 위고비나 마운자로 공동영업에 관심 갖는 업체들도 파악돼 업계 전체 현안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비만 치료 신약을 내놓을 예정인 국내 제약사 특히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우선 한미약품은 2023년 9월 가동한 ‘H.O.P’ 프로젝트로 비만 치료에서 도움이 가능한 ‘맞춤형 치료제’를 순차 선보인다는 전략을 진행 중이다. 첫 번째 결과물은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로 분석된다. 업계가 추산하는 올 상반기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규모는 2700억원대다.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량 증가했다. 이중 위고비가 2100억원대를 기록하며 사실상 시장을 접수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이전 국내 제약사의 비만 신약 출시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올해 안으로 3상이 종료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 내년 하반기 획득할 경우 바로 출시할 방침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비만 치료제가 비급여이기 때문에 사전 준비하면 허가 직후 비급여 출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 핵심은 체중감소 및 혈당조절 효과다. GLP-1 계열 약물 중 심혈관 및 신장보호 효능 가능성이 확인된 신약후보물질이다. 실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4000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심혈관계 안정성 연구에서 주요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 사건 발생 위험도를 개선시킨 바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기 때문에 경제적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의미다. 안정적 공급도 가능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업화 시기를 앞당긴 것은 회사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시장 선점 효과 등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붙이는 비만약’ 컨셉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대웅제약은 관계사인 대웅테라퓨틱스와 함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탑재한 자체 개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초기 약물 흡수 실험에서 주사제 대비 생체이용률이 80% 이상에 달하는 결과를 확보했다. 즉 피하주사 제형의 약물 흡수율을 100%로 가정했을 때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약물은 80% 이상 체내에 흡수된 것이다. 참고로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성분이다.

이같은 대웅제약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은 환자들 복용 편의성에 중점을 둔 정책으로 분석된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경구제는 생체이용률이 낮고 공복 복용, 물 섭취 제한, 만성질환자의 경우 다른 약과 동시 복용 불가 등 까다로운 복용법으로 한계가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반면 미세바늘에 비만 치료제 성분을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주 1회 투여가 가능하며 소아, 청소년 및 고령 환자도 간편하게 부착할 수 있어 광범위한 환자군에 적용 가능한 제형으로 꼽힌다. 주사제보다 통증이 적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점도 파악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주사제가 주류인 비만 치료제 대안으로 경구용이 개발되는 상황에서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한 패치를 통해 약물을 인체에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임상은 연구 목적 파일럿 임상으로 파악된다. 이에 향후 마이크로니들 패치 상업화를 위해선 허가 임상이 필요하다고 대웅제약은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대한 허가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임상 로드맵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웅제약이 예상대로 허가 임상을 진행할 경우 일정 시간이 소요돼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세마글루타이드처럼 이미 시판 중인 성분을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으로 개발하는 경우 새로운 신약처럼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진행할 필요가 없어 규제기관과 소통해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외에 대웅제약의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면 경구용 GLP-1·GIP 이중작용제가 있는데 현재 후보물질 발굴을 완료한 상태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1개월 장기지속형 신약후보물질은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조기 출시가 유리한 지 경쟁업체와 차별화한 제형이 중요한지 판단이 쉽지 않다”며 “해외와 국내 시장 동향을 최소한 6개월 가량 지켜본 후 일부 전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