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과 달리 ‘CRF2 수용체’ 타깃해 지방만 감량···‘HM17321’, 퍼스트인클래스 개발 가능성
전문가 “해외서는 비만약과 근육 증가약 병용 임상”···릴리, ‘위고비+비마그루맙’ 2b상 진행
한미 “GLP-1 비만약과 근육 보전 물질 병용은 HM17321과 달라”···제약업계는 유보적 입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한미약품이 체중 감량에 근육 증가를 합친 새로운 개념의 비만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공개했다.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고 근육을 증가시킨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업계는 대부분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해외 글로벌 제약사의 병용요법 임상과 비교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개최된 ‘미국비만학회’에서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 실현하는 비만 치료제 ‘HM17321’에 대한 연구 성과를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HM17321이 근 손실이 불가피한 GLP-1 기반 약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펩타이드 성분의 HM17321은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 수용체’를 타깃해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는 동시에 근육을 증가시키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회사에 따르면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는 15~20%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감량 체중의 최대 40% 정도가 근육 손실에 기인한다는 한계가 있다.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으로 약물 중단 시 기초 대사량 감소, 지방 재축적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이번 학회에서 2건의 비임상 연구 결과 발표로 HM17321이 체중 감량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열 내 최초 신약(퍼스트인클래스)’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HM17321의 향후 개발 가능성 등에 대해 전문가 그룹은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단, 일부 전문가는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려는 환자들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제약사들이 근육 관련 신약후보물질을 10여년 전부터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만 전문가 A씨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체중 감량 약물과 근육 증가 약물의 병용요법 임상 2상이나 3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한 HM17321은 데이터가 미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일라이 릴리의 임상2b상이 향후 종료되면 제일 먼저 (비만 치료제와 근육 증가 약물 병용요법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미약품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 B씨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근육량 보전 신약후보물질을 병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HM17321은 근육량 증가와 근 기능 개선을 통해 체중 감량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릴리가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병용용법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비마그루맙’이 근육 보전 물질이고 다른 글로벌 제약사도 유사 사례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즉 근육 보전과 근육 증가 차이를 강조한 것이다. 여기서 변수는 비마그루맙 성분이 근감소증 치료제로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에서 실패한 점이다. 단독으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성분이 병용요법에서는 어떤 결과를 보일지도 주목할만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제약업계도 현재 전임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 HM17321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해외 제약사들이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임상 1상과 2상이 남아있는데 섣부른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R&D(연구개발)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한미약품의 임상 진행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약품이 신개념 비만 치료제로 내세운 HM17321이 국내 비만약 개발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향후 임상 과정에서 한미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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