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에서 박재현·신동국 해임안, 2/3 미달···한미사이언스 “진실 드러나면 주주 판단 달라져”
주총 전부터 임종윤 제안 등으로 분위기 변화···박재현 대표 “회사 발전 위한 방향성 고민해야”
업계 “주총 결과가 당사자간 타협 단초 만드는데 일조”···내년 사이언스 주총까지 움직임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한미약품 주총에서 박재현 대표 해임안이 부결됐다. 이같은 주총 결과가 연초부터 경영권분쟁을 진행해왔던 4자연합과 형제측이 타협할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19일 개최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재현 대표이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한미약품
19일 개최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재현 대표이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은 19일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이날 주총에는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 건 ▲사내이사 박준석 선임 건 ▲사내이사 장영길 선임 건 상정이 예정됐다. 하지만 주총에서 1호 해임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자동으로 2호인 신규 이사 선임 건은 폐기됐다. 해임 안건이 3분의 2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측이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 유한회사 등 4자연합측 전문경영인과 신 회장을 축출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이날 주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의결권 집계에 30여분만 소요돼 주총은 이날 오전 10시 33분경 시작됐다고 한미약품은 밝혔다. 주총 결과와 관련, 한미약품은 1021만 9107주(출석율 80.59%) 중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의결권 지분(96.34%)을 박 대표가 끌어안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그룹이 올바른 목표를 향하겠다고 밝혔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주들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 그룹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누구도 더 이상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경영진과 임직원은 최근 혼란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 A씨는 “아쉬운 결과지만 해임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과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될 것”이라며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 결과는 4자연합과 형제측이 향후 경영권분쟁을 중단하고 타협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실제 임종윤 이사는 최근 한미약품 주총 철회를 제안하며 경영권분쟁 장기화를 막자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에 한미약품은 시간 부족을 사유로 주총을 진행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19일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19일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이날 박 대표도 주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모적 다툼보다 회사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권분쟁 종식 촉구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독립경영 관련 질문을 받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희 답변은 한미약품이 지주사와 업무 위수탁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세부적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가 진행한 고소 및 고발 관련 질문에 “저를 포함, 한미약품에 고소 및 고발이 들어온 상태”라며 “저희 업무가 잘못돼 고소 및 고발하고 주총에 해임안을 상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표는 “주총이 끝났으니 한미사이언스가 고소 및 고발을 취하하는 게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부분을 순리대로 진행하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제약업계도 향후 경영권분쟁의 타협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현재 분쟁이 지속될 경우 4자연합과 형제측 모두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실적 하락으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임 이사의 주총 철회 제안은 이같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당초 예상보다 이날 주총에서 해임안에 대한 반대표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주들도 이제는 분쟁을 끝내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길 희망하는 여론이 표심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주총에서 특이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예상했던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형제측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보며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을 앞두고 여러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약품 주총에서 4자연합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내년 한미사이언스 주총까지 경영권분쟁이 해결될 움직임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만약 사이언스 주총까지 성과가 없다면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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