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분 요구하면 보조금 받지 않기로”
美 경영권 행사 없다지만, 업계 “직간접적 개입 우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분 인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분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자국에 투자한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각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TSMC 경영진은 미국 정부가 회사의 주주가 되기를 계속 요구할 시 지분 인수 제안을 거부하고, 보조금을 반환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소식통은 해당 보도에서 “TSMC가 현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미국의 재정 지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지분을 원할 경우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TSMC가 미국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보조금 액수는 66억달러(약 9조 25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칩스법은 지난 바이든 행정부 당시 시행한 법안으로 미국 내 공장을 짓고 투자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그 투자한 규모에 비례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단 것이 주 골자다.
450억달러(약 60조원)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도 47억 5000만달러(약 6조 5000억원)의 보조금을 확정지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38억 7000만달러(약 5조 2000억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4억 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외에 마이크론은 61억 6500만달러(약 8조 8200억)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 정권 교체 이후엔 칩스법 폐지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당시 공식성상에서 칩스법을 세금 낭비라고 비판하며 보조금 중단에 대한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칩스법을 폐지하는 대신 반도체 기업들에 지급할 보조금으로 회사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부는 먼저 자국 기업인 인텔과 지분 투자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키국 오하이오 등에 5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제조 및 패키징 시설을 확장·신축하기로 하고, 총 109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통해 밝힌 지분 투자 규모는 총 100억달러 수준으로, 인텔 지분 10%가량을 인수한단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인텔이 받기로 한 보조금 대부분을 회사 지분으로 교환하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이처럼 보조금을 활용한 지분 투자 방안을 다른 업체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TSMC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정부가 갖게 될 회사 지분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반도체업계에선 핵심 의사 결정에 미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상무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TSMC와 마이크론 같은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생각은 없지만,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정부에 지분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이같은 전망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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