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물 전력반도체 각 소재 강점 결합해 개발

마규식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전무가 20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2025 화합물 전력반도체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마규식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전무가 20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2025 화합물 전력반도체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전기차 시장이 캐즘(수요 정체) 현상을 극복하고 다시 성장궤도에 올랐단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선 전기차 시장 반등에 따라 실리콘 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전력반도체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엔 해당 기술의 각 강점을 조합한 ‘퓨전 컨셉’의 반도체 솔루션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규식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전무는 20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2025 화합물 전력반도체포럼’에서 “전기차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것이 실리콘(Si)과 SiC, GaN이 있는데 SiC는 주로 전력량이 큰 분야에서 부각되면서 Si의 기회들을 많이 잡아먹고 있고, GaN은 전력량은 좀 작지만 스위칭 프리퀀시(전력 변환 효율)가 높은 응용처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다만 최근엔 GaN이 전력량이 큰 영역으로도 나가면서 회사들이 트랙션 인버터(전력 변환 장치) 분야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트렌드는 ‘퓨전’”이라며, “Si와 SiC, Si와 GaN, SiC와 GaN을 각각 섞어 쓰는 방식으로 각 기술이 가진 장점들을 잘 조합해서 만드는 컨셉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고, 실제 전기차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 회사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GaN과 SiC는 기존 Si와 같은 단일 소재의 전력반도체와 비교해 전력 효율과 내구성 등이 뛰어나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화합물 소재다. SiC는 고전압과 고온 환경에 안정적인 특징 때문에 전기차는 물론, 충전시스템과 전력의 송배전·저장장치, 신재생에너지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GaN은 실리콘 3분의 1크기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스위칭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인피니언은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선두 기업으로, Si는 물론, GaN, SiC 등 화합물 전력반도체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며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8인치(200mm) 웨이퍼 중심이던 GaN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업계 최초로 12인치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추세다. 앞서 인피니언은 지난 2023년 GaN 전력반도체 전문 회사인 GaN시스템스를 인수하고, 관련 설계자산(IP)을 다수 확보하게 됐다.

인피니언은 기존 단일 소재 중심에서 벗어나 각 소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개념의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개발하고, 주요 거래선과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SiC와 Si를 결합한 퓨전 스위치가 대표적으로, 전기차 운행 중 저속 모드에선 SiC로 대응하다가 높은 전압을 필요한 상황에선 Si가 같이 동작하는 방식이다.

마 전무는 “전기차 환경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사용하는 영역은 전압이 낮은 영역”이라며, “이를 굳이 SiC로 전체를 다 써서 실제 사용하지 않는 영역까지 돈을 많이 들일 필요는 없다. Si와 SiC를 섞어 쓰면서 효율이 중요한 저속 모드에선 SiC가 감당하다가, 큰 전압이 필요할 때는 병렬로 붙어 있는 Si가 같이 동작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개념에서 개발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iC에 양방향 GaN 솔루션을 접목한 T타입 3레벨 인버터도 개발 중이다. 인피니언에 따르면 회사가 개발 중인 3레벨 개념 스위치의 모터 효율은 800V 파워트레인 기준 SiC와 Si를 결합한 솔루션이 단일 Si 대비 5%, SiC와 GaN을 결합한 T타입 인버터는 10~11%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 전무는 “기존 백투백으로 배치된 형태에선 병렬 구조이기 때문에 스위치가 총 4개 필요하지만 우리 양방향 GaN의 경우 하나만 넣으면 되니까 멀티 레벨 컨버터 등에서 큰 이점을 가져가고 있다. 우리는 이를 이용해 3레벨 인버터도 계획 중”이라며, “SiC와 양방향 GaN 솔루션을 합친 티타입 3레벨 인버터를 개발 중인데, 고성능 전기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동 손실, 철 손실 등이 발생하다 보니 비용이 조금 더 들고 복잡해지더라도 인버터에서 3레벨로 가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모빌리티와 인피니언에 따르면 올해 1~5월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BEV(배터리)를 포함한 글로벌 xEV(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32.4% 성장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침투율은 약 20%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마 전무는 “중국은 이미 50% 이상 전기차로 넘어갔으며, 유럽은 20%, 미국만 10%에 머물고 있다. 이제 전기차 캐즘은 어느 정도 극복됐고, 우리가 전에 내놨던 2027~2030년 전기차 성장 전망치가 얼추 맞아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올 상반기 들어 친환경차 비중이 50%를 넘어섰으며, 여기엔 하이브리드를 포함하고 있지만 최근 트렌드 자체가 ‘EV-Like’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서 전력반도체를 많이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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