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이하 거래 비중 50% 돌파···중·고가 거래 급감
30억 초과 초고가 비중 상승···대출 필요 없는 현금 부자 매수세 지속
6억 한도·DSR 강화에 거래 구조 재편···중저가 쏠림 심화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와 빌라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와 빌라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의 절반이 9억원 이하 물량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중·고가 아파트 거래는 급감한 반면 대출 한도에 걸리지 않는 중저가 아파트와 현금 매수 가능한 초고가 아파트만 거래가 살아남았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6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43일간 서울 아파트 유효 거래량은 464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9억원 이하 거래가 2052건(49.5%)에 달했다. 대출 규제 직전 같은 기간(37.7%)보다 11.8% 포인트 늘었다. 6억원 이하 비중은 14.7%에서 22.8%로 8.1% 포인트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6억~9억원 구간도 23.0%에서 26.8%로 증가했다.

반대로 9억원 초과~15억원 비중은 34.7%에서 28.6%로, 15억~30억원은 23.0%에서 15.6%로 줄었다. 강남권 소형과 마포·성동구 중대형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살펴보면 7월 거래량은 3649건으로 6월(1만1980건) 대비 69.5% 감소했다. 성동구(-88.6%)와 마포구(-84.5%) 등 고가 밀집지 감소폭이 컸다. 강북(-54%), 도봉(-58%), 노원구(-66.1%) 등 중저가 비중이 높은 지역은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시장에선 대출로 살 수 있는 아파트 가격이 9억원 이하로 사실상 제한된 것이 거래 구조를 바꿨다는 분석이다.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비규제지역에서 적용되는 최고 대출비율(LTV) 70%를 감안해도 집값이 9억원을 넘으면 대출로 충당하기 어렵다. 여기에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서 소득이 낮을수록 대출 가능액이 더 줄어 중저가 수요 쏠림을 가속했다.

눈에 띄는 점은 30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규제 전 4.6%였던 비중은 규제 이후 6.2%로 상승했다.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이 거래를 이어간 결과다. 실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 170㎡는 최근 93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매 약정됐다.

이번 거래 패턴 변화는 과거 대출 규제 강화 시기와 유사하다. 2020년 7·10 대책 당시에도 주담 규제가 강화되자 9억원 이하 중저가 거래 비중이 단기간에 급등했다. 반대로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는 몇 달간 사실상 멈췄다. 이후 금리 인상기와 맞물리면서 고가권 가격이 먼저 하락 조정을 받았고 중저가 시장은 비교적 버텼다. 이번에도 대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대출 규제가 가격대별로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저가는 대출이 가능한 안전 구간이라 수요가 유지되지만 중·고가는 거래절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 고가 아파트는 매수세가 더 위축돼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로 9억원 이하 시장은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맞물려 상대적으로 버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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