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나란히 호실적···관세 부담 이미 영업이익 10분의 1
美 현지 생산 확대 속도···HD·LS·효성 ‘증설 카드’

LS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 사진=LS
LS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 사진=LS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북미 수출 확대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 덕에 2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발 관세 부담이 본격화하면서 하반기 수익성에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10% 기본관세에 더해 한국에 최대 25%의 이중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기기 업체들은 고객사 협상과 현지 생산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력기기 3사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매출 28.2% 증가, 영업이익 2091억원, 영업이익률 23.1%를 기록했다. LS일렉트릭은 2분기 매출 1조1930억원, 영업이익 1086억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효성중공업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1.9% 늘어난 16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수출로 벌고 관세로 내주고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단연 북미향 초고압 변압기 수출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수주잔고는 65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4.7% 증가했고,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 비중도 1년 새 20%에서 33%까지 뛰었다. 효성중공업 역시 미국 수요 증가에 따라 수주잔고가 2조1970억원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호조에 미국발 관세가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3사 모두 북미 매출 비중이 20~30%를 넘고 있고, 고부가 품목일수록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분기에만 약 200억원의 미국 관세를 납부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10분의 1이 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납부된 관세는 모두 실질적인 비용으로 잡혀 영업이익에서 차감된다. LS일렉트릭 역시 북미 매출 비중이 30%를 넘는 만큼 고율의 관세 부과는 일시적인 수익성에 타격을 주는 구조다. 양사는 고객사와 납품 단가 조정이나 직접 보전 협상을 통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관세가 ‘선 비용, 후 협상’ 구조인 이상 수익성에 타격이 발생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3사 가운데 그나마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은 효성중공업이다. 미국 테네시주에 보유한 현지 공장에서 대부분의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어, 이번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미국 정부가 구리 등 핵심 원자재에도 최대 5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부품이나 소재 단계에서도 비용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구리 가격은 7월 초 사상 최고치인 t당 1만2500달러를 돌파했다. 초대형 변압기 1대에 사용되는 구리만 최대 10톤(t)에 달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과 관세가 동시에 오를 경우 ‘관세 무풍지대’라는 방패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중공업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생산거점. / 사진=효성
효성중공업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생산거점. / 사진=효성

◇ 美 공장 신·증설로 관세 리스크 ‘껑충’

기업들이 꺼내든 수는 ‘현지 생산 확대’다. 관세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미국 연방 정부·주정부의 조달시장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Made in USA' 제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월 미국 앨라배마주에 1850억원을 투자해 변압기 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최근 경영진 간담회를 통해선 “글로벌 수요와 경쟁사 증설 흐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가 증설을 단계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2027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 5월에는 텍사스주에 판매 법인을 신설하는 등 판로 확대 전략도 동시 추진 중이다. 

효성중공업 역시 창원·멤피스 두 거점의 증설을 완료한 뒤 추가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연내 두 번째 증설 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북미향 초고압 제품 수주가 급증하면서 생산 능력 확보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유타주 소재 배전기기 자회사인 MCM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생산라인 확대를 검토 중이다. 차단기·개폐기 등 핵심 배전기기 라인에 대한 증설 또는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사는 북미 시장 내 추가 투자 규모로 2030년까지 약 3500억원을 설정한 상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