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스테이블코인 발행 문턱 조정…자본금 5억 하향
핀테크와 가상자산 스타트업 시장 진입 활성화 취지
한국은행, 통화체계 흔들릴라 '제동'···금융안정 우려 속 신중론 견지
"당정 차원서 교통정리 마치기 전까지 한국은행 신중론 입장 계속될 듯"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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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의 최소 자본금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기로 한 법안 발의에 나섰다. 핀테크와 가상자산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인데, 한국은행은 신중한 접근을 연일 강조하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된 만큼 향후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는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민주당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이날 공동 발의한다. 이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위원장을 맡았던 민 의원은 이번 기본법을 통해 디지털자산 생태계 정비를 위한 산업 육성 기반 마련과 안전한 투자 기회 등을 담았다.

먼저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의 최소 자본금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명시했다. 지난 4월에 나온 초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의 최소 자본금 기준은 50억원 이상이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들을 낮춰 핀테크, 가장자산 스타트업 등 소규모 회사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고객 자산이 보호될 수 있도록 기업 자산과 준비금을 분리하는 '도산절연'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같이 원화와 1대1로 준비금을 마련해 두도록 하고 보안을 위한 각종 물적, 인적 장치를 갖춰야한다는 내용이다.

업계의 숙원 사업인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보유 허용과 외국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등도 규제가 완화되거나 해제된다. 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로서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해 외국인의 디지털자산 투자도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디지털자산 기본법 발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잘못된 제도 설계가 자칫 법정통화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잇따라 내고 있는 것이다. 법정통화 시스템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시장에 여러 차례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거래가 손쉬워 자본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일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에서도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자본규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갈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오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우려를 담은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이블코인이 자본규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 총재의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은행 입장과 별개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된 만큼, 이번 법안 발의를 통해 주요 가상자산 정책 실현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정책 공약집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등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와 진행한 대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용범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연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2022년부터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지내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여러 보고서 발간을 이끌었다. 

지난 3월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원화는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난달 말에는 은행뿐 아니라 민간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가 되는 '한국형 구조'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당정 차원에서 교통정리를 마치기 전까지 한국은행의 신중론도 계속될 것"이라며 "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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