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2~3주 내 상법 개정 처리”
집중투표제·전자주총 등도 탄력 전망
“적절한 방향”vs“기업 부담 증대”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이변은 없었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손쉽게 대권을 잡았다. 이번 당선자는 당선 직후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게 되는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경제정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나 ‘여대야소’ 상황 속 대권을 잡은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할 정책들은 그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시사저널e>는 그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정책 및 공약을 중심으로 향후 이재명 정권이 주요 경제현황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전망해봤다.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는 공정한 기업 경영환경을 강조한다. 그간 대주주 이익에 쏠렸던 경영 방향을 일반주주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전환하는게 기업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된단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이사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등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개정 방향을 두고 바람직한 회사 지배구조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구조조정 등 민감한 회사 경영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주주로의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적용, 전자 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취임 후 2~3주 안에 상법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이미 한 번 통과했으니 좀 더 보완해 세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입법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속전속결로 입법이 가능하단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단 의지가 강하다. 유세 과정에서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해 주주 전체의 이익이 고려될 수 있도록 원칙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는 회사 운영이 주주 전체보다 대주주 이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일반투자자들이 공정한 이익을 회수받기 어렵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부작용이 있단 비판에 따른 대책이다.
여권 내에선 삼성물산 합병, LG화학 및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두산밥캣 합병, 고려아연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 등이 이사 충실 의무 확대 필요성이 확인된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와 전자주주총회 도입도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일정 규모 이상 회사에 독립이사를 일정 비율 이상 선임토록 의무화하고, 이와 관한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 측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배제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자주총의 경우 일반 주주들이 좀 더 주총에 참여할 수 있게돼 지배주주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 선출이 좀 더 수월해진다고 여권에선 판단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을 두고 제대로 된 회사 지배구조가 도입된단 평가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환경을 만들 게 됐다”며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인 상속과정에서의 부당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 이익과 일반주주 이익에 차이가 나는 중요한 사안인 회사의 분할, 합병에 있어 재벌 승계과정에 악용됐단 측면에서 제대로 된 기업지배구조를 갖추게 되는 전기를 마련했단 진단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회사 운영에 있어 일반주주 이익에 초점이 맞춰지면 회사가 인수합병 등 적극적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단 진단이다. 또 회사 경영 사안 중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발생하는 의견차를 조율하는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소송이 남발돼 기업 경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단 분석도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구조조정이 힘들어질 수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대주주 간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법 통과시) 소수주주들을 각각 보호해야 하기에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개정 필요성이 나오게 된 문제점에 대해선 공감하고 고칠 필요성은 있지만 상장회사에 한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상법 개정 방향에 있어 모호한 부분이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주주들이 폭넓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기업이 대응하기 쉽지 않고, 자칫 기업이 체질개선을 위한 경영활동이 봉쇄되는 부작용이 있단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