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미중 실용 통상정책 지향
경제안보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 전망
“美불확실성 여전, 협상지연도 방법”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통상정책을 지향한다. 발등의 불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유연한 외교와 정부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로 풀어간단 구상이다. 수출 현장에서 관세 영향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일단 미국이 우리 새 정부를 보는 시각을 파악하는게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과 관세 부작용이 드러나는 미국 내 상황을 감안할 때 긴 호흡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단 조언도 제기된다. 그간 대미 관세협상에 나섰던 인사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다자무역을 지키려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시점이 됐단 진단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실용적 자세로 갈등이 첨예화하는 미국과 중국 모두와 안정적으로 관계를 끌고가겠단 외교통상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미 관세협상은 상호 이익을 균형있게 조정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관세 폭탄 등 대미 통상 방향에 대해 “필요하면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며 유연한 협상력을 구사하겠단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실은 녹록치 않단 분석이다. 새정부는 인수 과정 없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5%의 국가별 상호관세, 자동차 등 품목관세 문제가 앞에 놓여있다. 다음달 8일 포괄합의 시한까지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면 우리 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역 현장에선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이미 현장에선 미국의 관세로 인한 영향을 조금씩 받고 있다. 미국 쪽 발주, 바이어들이 좀 소극적으로 돌아서는 상황”이라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합의가 이뤄져 대미 수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기존 계약거래에 따라 이뤄진 부분이지만, 관세 영향으로 발주가 줄어들면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단 것이다.
새정부는 대미 협상 준비에 나서는 한편 경제안보 총괄 및 조정 기능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범정부 차원에서 관계부처 장관 및 경제 4단체 대표를 포함한 이른바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겠단 구상이다. 범정부 차원의 통상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실리 중심 협상에 나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한단 것이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우리 새 정부에 대한 믿음을 주는게 가장 급선무란 조언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은 지금 새 대통령의 성향에 대해 100% 우리 편이 돼 줄 것이란 확신이 없는 것 같다”며 “자칫 우리가 미국의 타깃이 될 수 있기에 정보망을 동원해 동향파악을 하고 미국 쪽 우려를 불식시키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내부 기류와 관세로 인한 미국 내 경기 변화를 감안할 때 전략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단 진단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카드로 얻어내려는 바가 아직도 명확하지 않고, 관세로 인한 국내 경기 부작용도 본격화할 조짐이 보인다.
미국이 최근 한 달간 145%의 대중국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중국산 수출품이 급감했다. 다만, 이 기간 중국산 재고물량으로 가까스로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달해 품귀현상으로 인한 가격 불안이 임박했단 진단이다. 철강, 건설업 등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력 또한 약해질 수 있단 분석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요구하는 시한보다 우리가 관세협상안을 늦게 낸다면 잠시 트럼프 정부의 분노를 살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우리가 더 유리한 협상을 맺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 미국이 재정적자 감소, 중국으로부터의 제조업 리쇼어링 등 여러 관세 목적을 얘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없고 미국이 정말로 원하는 우선순위 또한 계속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정말 원하는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에 나설 경우 내주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줘야 할 수 있단 설명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는 고강도 관세 압박보다 불확실성이 문제다. 일관되게 고강도로 가면 모든 경제주체들이 거기에 맞춰 전략을 짤텐데, 얘기가 계속 바뀌니 기업이 액션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느 선으로 수렴할 때까진 신중하게 기다리는 게 맞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간 진행된 한미간 당국 협상 관계자들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배제하지 말고, 측면에서 지원이 가능하도록 활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단 조언도 제기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경우 관세 협상을 위해 두 달 여간 미국 분위기를 파악해왔고, 과거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 경험도 있어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뢰할만한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 관세 협상에 치중한 나머지 놓친 부분을 살펴봐야 한단 의견도 있다. 주요국 상당수가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등 통상 정책 기조를 결정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FTA를 지키는 방향으로 통상 접촉을 강화해야 한단 것이다.
양 교수는 “지금 유럽의 CPTPP 가입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도 가입해야 한다. 현재 WTO 구조는 마비돼 있고, CPTPP는 미국이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없는 단체”라며 “새정부는 CPTPP에 가입해 여길 자유무역을 지키는 모태로 사용하고, 유럽, 캐나다, 아시아 등과 FTA를 깊게 가져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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