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듀비에 이후 신약 출시 부재···현실적 대안은 개량신약
당뇨 복합제 ‘엠파맥스에스’ 허가···시타글립틴+엠파글리플로진 최초
주사제 탈모약 CKD-843 주목···CKD-510 개발계획은 하반기 예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현재 임상 3상 이상 단계를 밟고 있는 종근당 개량신약 6개 품목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허가 받은 당뇨 복합제 ‘엠파맥스에스정’ 등 시장에서 영향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CMT(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개발은 하반기 경 발표가 전망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가장 최근 시장에 선보인 신약은 2014년 2월 출시한 ‘듀비에정’이다. 2013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개발신약으로 승인 받았던 티아졸리딘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이같은 듀비에정 이후 종근당은 신약을 출시하지 못한 상태다. 2022년 7월 허가 받은 천연물신약 ‘지텍정’은 현재 급여 판정을 받지 못해 출시 전망이 쉽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국내에서는 신약개발이 어렵고 허가를 받아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상위권 제약사인 종근당도 마찬가지”라며 “신약개발 제약사들 의지가 다소 퇴색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종근당이 현실적으로 선택한 차선의 대안은 개량신약으로 분석된다. 개량신약이란 의약품 용법, 용량, 제형, 구조변경, 복합, 용도 등을 제제학적 연구를 통해 변경시켜 여러 강점을 가지도록 만든 약물을 지칭한다. 제약사들이 개량신약을 선택하는 원인은 품목별로 다르지만 30-100억원 개발자금과 3-6년 가량 개발기간이 소요돼 신약에 비해 개발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막대한 자금과 기간을 투자한 신약에 비해 성공 가능성 차원에서 개량신약이 더 높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개량신약에 공을 들였던 종근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DPP-4 억제제 ‘자누비아’ 성분인 ‘시타글립틴’과 SGLT-2 억제제 ‘자디앙’ 성분인 ‘엠파글리플로진’을 조합한 엠파맥스에스정(코드명 CKD-371) 2개 용량을 최근 허가 받은 것이다. 이처럼 두 성분을 조합한 복합제 허가는 종근당이 첫 사례로 파악된다. 시타글립틴 성분의 경우 SGLT-2 억제제 ‘포시가’ 성분인 ‘다파글리플로진’과 합친 복합제는 적지 않지만 그동안 엠파글리플로진과 결합한 복합제는 없었다는 업계 설명이다. 엠파글리플로진 역시 메트포르민 성분과 합친 복합제와 제네릭(복제약)은 허가를 받았지만 시타글립틴과 조합은 부재했다고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종근당이 자누비아 판권을 MSD로부터 사들여 자사 품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엠파맥스에스정 허가가 주목받았다”며 “일반인이 보면 복잡할 수 있지만 각 치료제 성분을 조합해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만 있다면 제약사들은 다양한 복합제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복합제는 대부분 개량신약으로 이해하면 된다. 종근당도 엠파맥스에스정 허가와 관련, 엠파글리플로진과 시타글립틴 병용요법으로 혈당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요법을 제공, 복약편리성을 증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엠파맥스에스정 예상 판매 시점은 올 11월이다.
종근당이 개발하고 있는 개량신약 중 눈에 띄는 품목은 탈모 치료제 ‘CKD-843’이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CKD-843은 기존 경구용 치료제를 장기지속형 주사 제형으로 변경을 시도한 약제다.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 두 성분의 경구용 치료제가 주축인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 주사제 개발을 추진하는 제약사로는 종근당과 대웅제약이 꼽힌다. 현재로선 임상 3상을 하는 종근당이 1개월에 1번 투약하는 대웅제약 탈모 치료제 ‘IVL-3001’보다 임상 단계가 앞서 있다. 단, CKD-843의 3상 예상 시행 기간은 3년으로 파악된다. 이에 단기간 임상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엠파맥스에스정과 CKD-843 외에 종근당이 개발하는 개량신약 중 임상 3상 이상 단계를 진행 중인 품목은 4개로 집계된다. 구체적으로 고혈압 치료제 ‘CKD-828’(허가 완료),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CKD-348’(허가 신청), 당뇨 치료제 ‘CKD-398’(임상 3상)과 ‘CKD-383’(임상 3상) 등이다. 이중 CKD-398과 CKD-383은 각각 2017년 연구가 개시된 품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종근당은 개량신약 세부 내용을 공시하면 유사/모방제품 개발로 인한 경쟁 심화로 현저한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엠파맥스에스정 사례를 감안하면 일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종근당이 라이센스아웃했던 CMT(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CKD-510’이다. 종근당이 2023년 11월 ‘노바티스’와 체결한 13억 500만 달러 규모의 CKD-510 기술수출 계약 이후 구체적 후속조치가 발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노바티스와 종근당 계약 1년을 맞았던 2024년 11월을 전후로 향후 개발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 이에 일정 기간 경과 시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 CKD-510 권한을 반환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종근당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종근당 관계자 D씨는 “(CKD-510 반환) 해당 내용은 양사 계약 조항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노바티스가 올 하반기 CKD-510 향후 개발계획을 발표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종근당 동향에 정통한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두 업체가 계약을 체결한 지 이제 1년 5개월이 경과됐는데 반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성급하다”며 “노바티스가 신중하게 개발계획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올 하반기 경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종근당이 대외적으로 공개를 유보하며 신중하게 개발하는 개량신약이 잇달아 시장에 나올 경우 기존 판도에 변화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또한 CMT 치료제 CKD-510에 대한 노바티스 검토 결과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발표될 지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