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위험성 심의···식약처도 모니터링, “시간 소요 예상”
업계 의견 갈려···“두 성분 제재하면 탈모 환자 치료 어려워” vs “기존 부작용과 일부 차이”
종근당, 두타스테리드 개량신약 ‘CKD-843’ 임상 3상···JW중외제약, 혁신신약 ‘JW0061’ 개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탈모 치료제의 자살충동 부작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자살충동 위험성에 대해 탈모 치료제 성분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및 제네릭(복제약)을 포함한 탈모 방지 약물을 검토하고 있다. EMA 산하 안전성관리위원회가 두 성분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 것이다. EMA는 검토 후 해당 의약품 시판 허가를 철회, 중단 또는 유지해야 하는 지 여부를 권고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식약처에 따르면 EMA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에 대해 프랑스 규제당국(ANSM)의 요청으로 검토를 시작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 규제당국이 검토를 착수한 만큼 처도 내용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국내 허가사항, 사용 현황과 부작용 발생 현황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면서 “EMA가 개별 사례를 모두 들여다 볼 예정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탈모 치료제 부작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자 국내 제약업계도 추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탈모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4만여명으로 집계됐으며 원외처방금액 기준 연간 1000억원대 시장규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 성분 오리지널 품목은 MSD ‘프로페시아’다. 국내 제네릭은 216종이다. 한미약품 ‘피나테드’와 대웅제약 ‘베아리모’가 대표품목으로 꼽힌다. 두타스테리드 성분 오리지널은 GSK ‘아보다트’다. 국내 제네릭은 114종이며 동아에스티 ‘두타반플러스’와 JW중외제약 ‘제이다트’가 있다.

현재 국내 제약사 예상도 엇갈린다. 우선 남성형 탈모 치료제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에 제재를 가하면 대다수 탈모 환자 선택이 어렵게 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이 탈모 치료제로 승인 받은 시점이 1997년이고 두타스테리드는 2009년인데 이후 장기간 임상데이터를 통해 제품 안전성을 입증해 왔다”며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 역시 “제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인데 2개 성분이 허가 철회나 판매 중단으로 결론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부작용 논란이 있었지만 판매 중단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EMA 심의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EMA가 ANSM 요청으로 검토를 시작한 상황의 심각성이 높은 만큼,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ANSM이 강조한 것은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가 정신과적 부작용과 관련 있다는 점”이라며 “기존 알려졌던 부작용이 성기능 장애였다는 점과 일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탈모 치료제 부작용 논란은 그동안 적지 않았기 때문에 EMA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더라도 국민들 사이에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며 “차이는 있지만 원형탈모증 등 다른 질환 치료제로 환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와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남성형 탈모와 원형 탈모증은 다른 질환이다. 원형 탈모증은 두피, 얼굴 또는 신체에 반점형 또는 완전 탈모가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 염증 병인이 있으면서 면역 체계가 신체 모낭을 공격해 모발이 빠지게 될 때 발생한다. 하지만 당초 전립성비대증 치료제로 허가 받았던 의약품이 성인 남성 탈모증에 효능과 효과를 보여 적응증을 획득한 사실을 감안하면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상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같은 측면에서 부작용 논란이 국내 제약사들 탈모 치료제 개발에 영향을 줄지 주목되는 분위기다. 대표적 국내 제약사로는 종근당과 JW중외제약이 꼽힌다. 종근당이 최근 임상 3상에 착수한 ‘CKD-843’은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이다. 기존 경구용 치료제를 장기지속형 주사 제형으로 변경한 개량신약이다.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다.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혁신신약 개발에 나선 제약사도 있다. JW중외제약은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을 개발하고 있다. JW0061은 모유두 세포에 있는 GFRA1 단백질에 직접 결합, 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촉진시키는 퍼스트인클래스 후보물질이다. 현재 전임상 결과와 해외기관에서 완료한 GLP(비임상시험규정)에 따른 독성평가를 바탕으로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탈모 치료제 부작용 논란이 당장 치료제 개발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향후 발표될 EMA 심의 결과 등은 일부 여파도 예상된다”며 “EMA가 명확한 결론을 도출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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