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서 유이한 2세, SK 최태원·롯데 신동빈
한화 김동관, ㈜한화 최대주주로 발돋움
HD현대 정기선, 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이미지 변화 속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을 일궈낸 창업주들에 이어 오랜 시간 해당 그룹을 이끌어온 오너 2세들의 시대도 점차 저무는 모습이다. 2세 총수들이 별세나 경영승계를 통한 퇴진 등으로 최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곳곳에서 세대교체 흐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을 중심으로 한 3·4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요 기업집단에서 현재 제 역할을 수행 중인 오너 2세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정도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2세로 분류되지만, 최근 다음 세대에 전권을 위임하고 사실상 명예회장 및 고문 등을 맡을 예정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31일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이다. 이 중 한화에너지는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해당 기업의 50%를 가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직접적인 ㈜한화 지분과 한화에너지를 통한 간접 영향력을 합치면 총 20.85%의 ㈜한화 지분율을 확보한 셈이다. 부친 김승연 회장을 넘어 최대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지분을 넘긴 김승연 회장은 1981년 29세에 회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44년간 한화를 이끌었다. 지분 증여 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영자문이나 글로벌 사업지원 등을 담당하며, 김동관 부회장 등을 지원·후원하는 ‘조언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지분증여는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급하고 절실한 대규모 해외 투자 등의 글로벌 사업전략을 과감하게 실행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장기적으로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3조6000억원에 영업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에 이어 방산 및 조선 분야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자금조달 필요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며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방산호황으로 높은 실적·수익성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실시할 이유가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단, 지분증여로 승계가 완료됨에 따라 목표한 유증을 통한 자금확보도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오너 3·4세 시대를 이끄는 주역 중 하나로 꼽히는 이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다.
그는 핵심사업인 부활한 조선업을 이끌면서 신사업으로 원전·수소·바이오 등을 점찍고 육성 중이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통해 HD현대에 고정된 조선소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주요 기업에서 유이한 오너 2세인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자녀들도 해당 기업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다음 체제 준비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SK㈜의 성장지원 담당도 겸직 중이다. 성장지원 조직은 SK가 인공지능(AI) 등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최윤정 본부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도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지속성장을 위한 신사업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에 임명돼 임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23년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과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를 거쳐 지난해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하는 오너 일가의 연령대가 빨라지는 추세”라며 “3·4세들은 실적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