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재 도입·안전훈련 강화 등 활동 강조
공지없이 항공권 파격 할인···취항도 추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주항공이 지난해 12월 29일 무안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서비스 안전에 대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5일 한국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달 운송 여객 수는 전년동월(155만971명) 대비 25.2%나 감소한 116만381명에 그쳤다.

항공사별 한국 출발·도착 여객점유율. / 자료=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사별 한국 출발·도착 여객점유율. / 자료=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제주항공은 작년 1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여객점유율 12.5%를 기록하며 선두에 오른 뒤 같은 해 12월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무안공항 사고 직후인 올 1월엔 진에어(10.2%), 티웨이항공(10.1%)에 이어 3위(9.1%)까지 떨어졌다.

제주항공 순위가 1년 새 하락한 것은 무안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운항 안정성, 정시성 강화를 위한 감편을 단행한 여파로 해석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이달 29일까지 석 달간 국내선, 국제선 총 1878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운항 노선을 이용할 예정이었던 고객에겐 가까운 시간대 노선으로 일정을 무상 변경하거나 전액 환불 조치했다.

일부 소비자들이 사고를 인지한 후 제주항공 서비스 이용을 외면한 점도 여객 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인천공항 기준 출발·도착한 제주항공 3256편의 탑승객은 45만6798명으로 편당 140.3명에 달했다. 작년 같은 달 편당 164.7명에 비해 적다. 제주항공이 주로 189석 규모의 B737-800, B737-8(일부 174석) 두 기종을 운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1월 탑승률이 74.2%로 전년동월(87.1%) 대비 크게 하락한 셈이다.

이날 오전 11시 제주항공(위), 진에어 각 사 홈페이지에서 내달 24~26일 일정의 인천-도쿄(나리타) 노선 항공권을 검색한 결과를 보여주는 화면. 비슷한 시간대의 제주항공 티켓 가격(윗 사진 붉은 사각형 안)이 진에어 티켓 가격(아래 사진 붉은 사각형 안)보다 14% 저렴한 것으로 안내되고 있다. / 사진=각 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날 오전 11시 제주항공(위), 진에어 각 사 홈페이지에서 내달 24~26일 일정의 인천-도쿄(나리타) 노선 항공권을 검색한 결과를 보여주는 화면. 비슷한 시간대의 제주항공 티켓 가격(윗 사진 붉은 사각형 안)이 진에어 티켓 가격(아래 사진 붉은 사각형 안)보다 14% 저렴한 것으로 안내되고 있다. / 사진=각 사 공식 홈페이지 캡처

◇ “나트랑 편도 3만5000원”···탑승률 하락에 쩔쩔

제주항공은 운항 편수를 줄이는 고육책을 단행했지만 수익 손실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권 가격 인하를 통한 탑승률 제고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각 사 항공권 온라인 예매 페이지에서 인천-도쿄(나리타) 구간 운임을 내달 24~26일 사흘 일정으로 검색하면 인천 출발 기준 제주항공(오전 8시 30분) 13만900원, 진에어(오전 9시 45분) 15만2400원으로 안내된다. 비슷한 시간대임을 고려할 때 제주항공이 14% 저렴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최근 제주항공 티켓을 타사 대비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데 성공했단 후기가 속속 게재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달 중순 “진에어 연례 최고 할인 행사 진마켓을 통해 5월 중 10박 일정으로 4인 왕복 84만원에 구매했던 항공권을 취소하고 같은 달 일정의 제주항공 항공권을 67만원에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제주항공 앱 실행이 어려워질 정도로 접속자가 몰린 것 같다는 소비자 제보가 이어졌다. 지난달 말엔 한 누리꾼이 오는 5월 말 출발하는 인천-나트랑 노선을 오전 1시 20분 출국 기준 성인 1인 3만5000원에 예매한 사실을 인증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특가 판매나 가격 인하 여부에 대해 공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카드사, 금융 업체 등과 협력해 결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이 오는 7월 24일 신규 취항하는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안내하는 홈페이지 화면. / 사진=제주항공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제주항공이 오는 7월 24일 신규 취항하는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안내하는 홈페이지 화면. / 사진=제주항공 공식 홈페이지 캡처

◇ 7월 싱가포르 취항···“안전성·기단 강화에 최선”

제주항공은 탑승률 제고에 힘쓰는 한편 신규 노선 취항도 신중하게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오는 7월 25일부터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매일 1회 일정으로 운항 개시할 예정이다. 해당 노선을 당초 하계 운항 스케줄이 시작된 이튿날인 이달 30일 취항할 예정이었지만 여객기 사고 이후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호기를 투입한 신기재 B737-8을 추가 확보해 중거리 노선 취항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B737-800 대비 연료효율이 15% 가량 개선되고 900㎞ 가량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는 B737-8의 확충을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10일 진행한 작년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B737-8로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 등 중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한 점도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2월 기업결합 해외 심사를 완료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게 운수권·슬롯 재분배를 조치한 노선 중 하나인 자카르타 노선이 타깃으로 꼽힌다.

제주항공 객실승무원들이 지난 4일 객실훈련센터에서 기내 난동 승객 제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객실승무원들이 지난 4일 객실훈련센터에서 기내 난동 승객 제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올해 신규 기단 확대를 통해 비용 절감, 수익 증가를 달성하고 경영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B737-8을 비롯한 신규 기재를 도입해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춘단 계획이다.

제주항공이 운항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도 실적 회복의 주요 관건이다. 제주항공은 감편 조치 뿐 아니라 기내 배터리 소지 관련 규정 개정, 승무원 안전운항 훈련 등을 실시한 점을 알리며 고객 우려를 해소하는데 분투 중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자체 안전활동을 강화하는 등 고객들의 안전한 항공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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