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후판 반덤핑 관세 27∼38% 부과로 국내 철강사 가격 경쟁력 상승
조선업계 "중소 조선사, 정부 지원 절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후판이 생산되는 모습. /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후판이 생산되는 모습.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조선사와 철강사 간 후판 가격 협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원가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반면, 철강업계는 국내 후판 가격 상승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지만 조선업계에는 원가 상승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 철강업계 “시장 정상화 위한 필수 조치”

2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이 국내 시장에서 덤핑 판매되며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27.91%~38.02%의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했다. 이는 최종 판정 전 국내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다. 기재부는 1개월 내 잠정 조치 부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국내 철강사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후판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판은 조선업계가 선박 건조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철강재다. 국내 주요 공급사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있다.

그간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 탓에 수익성이 지속 악화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3% 떨어진 1조 4730억원을, 현대제철은 60.6% 감소한 3114억원을 기록했다.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면 중국산 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국산 후판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후판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었던 만큼, 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조선업계 “원가 상승 부담…후판 가격 협상에 영향”

반면 조선업계는 원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중국산 후판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가 국산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중국산 후판은 평균 톤(t)당 75만원선으로 국산 후판(t당 90만원)보다 20% 가까이 저렴했지만, 이번 조치로 국산 후판이 오히려 더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 선박 건조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익률이 낮은 조선업 특성상 원자재 가격 인상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서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선사들은 그동안 후판 가격 협상에서 중국산 저가 후판을 활용해 국내 철강사에 가격 인하를 압박해왔다.

반덤핑 관세 조치는 철강업계에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원가 상승과 수익성 확보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계는 이에 맞서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동결을 주장할 전망이다.

부산 영도구 대선조선 전경. /사진=대선조선
부산 영도구 대선조선 전경. /사진=대선조선

◇ “중소 조선사 더 큰 피해 볼 것”

조선사들은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형 조선소의 경우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중국산 후판을 일정 수준 사용하는 데 있어선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중소 조선사의 경우 대형 조선사(20%대)에 비해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50%대로 더 크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조선업계가 정부에 후판 가격 안정화를 위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내·외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중형 조선사들의 경우 정부의 이번 조치로 생존을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라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후판을 사용하는 건설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와 달리 보세공장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건설업체들은 반덤핑 관세 부담을 직접 떠안게 된다. 건설업계가 후판 원가 상승을 건축비 인상으로 전가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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