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가격 따라 수익성 크게 갈리는 두 업계
조선사, 값싼 中 후판 사용량 늘리는 경향 두드러져
철강업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모색할 시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중국산 철강재의 범람에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제철소가 힘겨운 모양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에 일감이 크게 늘었음에도 국산 후판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조선소는 값싼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겠다며 가격인하를 촉구 중인 반면, 철강사는 실적악화를 이유로 인상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과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은 지난해 9월부터 같은 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 업계는 일반적으로 1년에 두차례, 상·하반기에 걸쳐 후판값을 정한다. 하지만 업황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협상 타결은 해를 넘겨 현재도 진행형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투입되는 두께 6mm의 철판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약 20%인 동시에, 철강사 매출의 10~15% 수준을 차지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두 업계의 수익성이 갈리는 만큼 협상 타결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협상 결과는 조선업계의 승리였다. 기존 톤(t)당 90만원 후반대에서 90만원 초중반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구매처인 조선업계 입장에선 국내 후판만 사용할 이유가 없어서다. 국산보다 15~20%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로도 선박을 건조할 수 있어 두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조선사다.
철강업계 입장에선 조선업계의 ‘으름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선박용 후판을 조선사가 구매하지 않을 경우, 다른 경로를 통해 판매·소진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대량 유입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포스코는 1선재 공장,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등을 폐쇄 및 축소 운영하는 상황에서도 후판값을 올리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신규 선박 건조량이 줄어 조선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철강사는 상생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내렸던 적이 있다”며 “상황이 역전된 현재에도 과거와 같은 사례가 재현돼야 국가 대표 기간산업인 철강과 조선 모두 지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철강 부문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조1950억원이다. 2023년 같은 기간(1조8190억원) 대비 34.3% 줄어든 성적이다.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중국이다. 지난해 1~10월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753만5041t이다. 2021년(754만5041t) 및 2022년(675만5759t)의 수입량을 이미 넘어선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