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中후판 수입 전년 比 63%↓···관세 효과
반덤핑 전선 확대···열연·특수강·컬러강판까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정부가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효과를 내면서다.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하던 중국산 후판은 이미 수입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열연강판과 특수강봉강, 컬러강판까지 반덤핑 제소가 확대되고 있다.
6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6만2038(t)으로, 전년 동기(16만7201t) 대비 63% 급감했다. 지난 4월 24일부터 최대 38.02%의 반덤핑 관세가 적용된 영향이다.
수입이 줄자 가격도 반응했다. 지난해 하반기 70만원대에 형성돼 있던 중국산 후판 가격은 최근 80만원대 중반까지 올랐고, 국산 제품은 90만원 초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싼 맛에 쓴다’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 우위가 줄어들면서 국내산 선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반덤핑 조치가 시장 질서 회복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후판에 이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품목은 열연강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지난해 12월 제소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업계는 후판과 유사한 수준인 ‘25% 이상’의 반덤핑 관세를 기대하고 있다.
후판과 열연에 이어 ‘2차 전선’도 바짝 좁혀졌다.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중국산 특수강봉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나설 계획이다. 특수강봉강은 자동차, 중장비, 산업기계 등 핵심 부품에 쓰이는 고부가 철강재다.
이 품목의 수입은 2022년 42만7000t에서 2023년 64만9000t으로 50% 넘게 늘었고, 점유율은 14.7%에서 22.1%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국산 단가는 t당 171만원에서 114만원으로 33% 넘게 떨어졌다. ‘가격 후려치기’가 점유율을 끌어올린 대표 사례다.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94억원으로, 전년(1967억원) 대비 70% 가까이 줄었다.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중국산 저가 물량에 막혀 무산됐다.
컬러강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중국산 컬러강판 수입량은 102만t으로, 국내 수요(280만 t)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76만t)보다 34%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선 동국제강그룹의 컬러강판 전문회사인 동국씨엠이 조만간 반덤핑 제소에 나설 것으로 본다.
철강업계는 반덤핑 조치를 ‘방어가 아닌 생존’이라 규정한다. 특히 문제는 중국산 철강재를 사용한 국산 완제품이 미국 등지로 수출될 경우다. 한국이 중국산의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되면 대미 수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는 시장 가격 정상화뿐 아니라 산업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국내 철강이 가격경쟁력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났다. 정부가 조사 속도를 높여 신속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