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선까지 내려온 SCFI,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선박 공급 과잉 리스크도
증권업계, HMM 올해 영업이익 전년 比 '반토막' 예상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해상운임은 작년 1분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해운업계의 공급과잉 리스크가 겹쳐 해운사들의 이익 체력도 동반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SCFI는 2045.45로 전주 대비 85.36P(4.0%) 하락했다. SCFI는 이달 3일 2505.17에서 3주 연속 4~8%씩 하락했다.
SCFI가 2000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18일 이후 14주 만이다. 지난 15일로 예고됐던 미국 동안 노동자들의 파업이 철회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운임이 계속해서 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로 중동 정세가 안정화되면서 수에즈운하 통항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미국과 영국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수에즈 운하청은 최근 23개 대형 해운사 대표를 본사로 초대해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하팍로이드, 머스크 등 해운사들은 안전을 우려해 복귀를 주저하는 모습이다. 향후 글로벌 해운사들의 수에즈운하 복귀가 가속화한다면 해상운임은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까지 해운업계는 호황기를 누렸다. 홍해 사태로 수에즈 통행이 막혔고 운항 기간이 2주 이상 더 걸리는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선박 수요가 증가해 운임 강세가 이어졌다.
이제는 높은 운임을 바탕으로 기록한 해운업계의 ‘어닝 서프라이즈’ 릴레이도 끊길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동안 노동자 파업 리스크 해소,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 등 요소와 더불어 선박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3% 내외에 그치지만, 연간 선복량 증가율은 최소 5.5%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형선이 투입되는 원양노선의 선복량 과잉이 심화해 운임 하락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해운사는 주로 연간 장기계약을 통해 컨테이너를 운송하는데 장기계약은 SCFI 등 스팟 운임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된다. 아시아~유럽은 주로 1월, 아시아~미국은 3월에 연간 계약을 체결한다. 이들 계약을 앞두고 스팟 운임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도 지난해와 같은 호실적을 기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3조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절반 수준인 영업이익 약 1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