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시간 비행·조종실 음성기록 없어, 원인 파악 중
전력 공급 중단됐을 가능성···“가능한 범위내 정보 유족에 공유”

지난 4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가 현장을 살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가 현장을 살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주항공 사고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항공기와 방위각(로컬라이저) 충돌 직전 4분간 비행, 음성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를 맡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기록 저장이 안 된 이유를 분석하는 한편 다른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사고 전말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사조위는 11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사고 항공기 비행자료 기록장치(FDR),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분석 결과 충돌 4분 전 자료 저장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FDR은 조종실에서 이뤄진 조작, 비행 환경(기상, 기압 등), 항공기 속도, 방향 등 자료를 저장한다. CVR은 조종실에서 발생한 모든 소리를 녹음한다.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해당되는 장치들이다. 항공 사고 발생 시 각 장치 내부에 장착된 테이프를 회수해 저장된 기초 데이터의 추출, 분석이 이뤄진다. CVR에 저장된 데이터 국내에서 비교적 쉽게 재현할 수 있는 반면, FDR은 소수 국가 기관이나 전문 기업에서만 해독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조위는 앞서 지난 2일 김포공항 내 자체 시험분석센터에서 CVR 데이터를 음성파일로 변환해 녹취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방위각 충돌 4분전부터 자료가 저장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FDR은 국내에서 자료 인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사조위는 지난 7일부터 닷새간 미국 워싱턴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협의해 CVR, FDR을 함께 미국으로 운송, 검증했다. 이 결과 CVR 뿐 아니라 FDR의 기록도 같은 시간대에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고 항공기의 전력 시스템이 고장 나 두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해당되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왼쪽)와 비행자료 기록장치(FDR). / 자료=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해당되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왼쪽)와 비행자료 기록장치(FDR). / 자료=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해당 데이터가 확인되지 않아 조사 과정이 한층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항공기 사고 발생 시 두 장치에 저장된 데이터가 진상 규명에 결정적인 단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조위는 이 외 여러 자료를 함께 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어진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사조위는 “CVR과 FDR 자료는 사고조사에 중요한 자료”라면서도 “사고조사는 다양한 자료에 대한 조사와 분석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바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조위는 향후 현장조사 완료시점, 공청회, 그 외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해자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공개 가능한 범위 내 정보를 최대한 제공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고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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