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노후화설, 활주로길이설 등 아마추어식 사고원인 분석 유포
무안공항 참사 혼란 키운다는 지적···유가족 생각해서라도 자중해야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및 국과수 관계자 등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파묻힌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및 국과수 관계자 등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파묻힌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 각종 언론은 물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까지 사고 원인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 연맹은 “사고 원인에 대한 섣부른 추측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강력히 경계한다”며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요.

이번주는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해 도는 이야기들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짚어봅니다.

◇ 사고항공기 15년 기령이 문제?···”사람으로 따지면 한창 일할 나이”

이번에 무안공항에서 사고 난 제주항공 보잉737-800 기종의 경우 기령이 15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노후화됐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현업에 종사하는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말이 안되는 소리”라는 지적입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나이에 ‘곱하기3’을 하면 사람으로 환산된다고 합니다. 즉, 15년이라고 하면 사람으로 따지면 45세 정도인거죠. 보통은 20년 정도까지 민항기로서 사용되고 화물기로 활동하는건 30년까지라고 하니 15년된 항공기가 사고가 났다고 원인분석도 전에 노후화 운운하는 것은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 해당 항공기 모델 이착륙 하기에 충분”

일각에선 활주로가 짧아서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비행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오는 소리라고 합니다. 보통 이착륙시 필요한 활주로 거리는 항공기 기종에 따라 다릅니다.

무안공항엔 주로 보잉사의 737, 에어버스사의 A320 정도 사이즈가 항공기가 오가는데요. 2800m인 활주로 길이는 이러한 기종이 이착륙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제 비행기를 모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보잉사 등에선 항공기 모델마다 필요한 ‘이착륙 런웨이’를 표기하고 있고 무한공항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선 이슈 될 만한 상황이 아닌 듯 합니다.

그저 사고 항공기가 쭉 착륙을 시도하다 부딪힌 모습만 보고 “길이가 더 길었으면 안 부딪혔겠네”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단순한 생각 아닐까요. 마치 사람이 어떤 호수에 익사했다고 “수심이 깊어 익사했으니 물을 조금 빼 버리면 되겠네”처럼 말입니다.

◇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전문가들도 "이상하긴 이상해" 

다만 항공전문가들도 무안공항 활주로 앞에 있던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선 “이상하긴 이상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일반적으로 활주로는 오버런 등을 대비해 앞뒤로 부딪혀 사고를 일으킬 만한 시설물을 만들지 않거나 만들더라도 부서지기 쉬운 형태로 만든다고 하는데요. 무안공항은 특이하게도 비상 착륙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착륙 길이가 길어지면 콘크리트에 부딪혀야 하는 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공항은 일부러 주변 시설물이 없는 넓고 평평한 곳에 짓는데 활주로 앞에 콘크리트를 세우는 게 정상적으로는 안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 차라리 활주로 길이가 아니라 콘크리트가 있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로 보입니다.

콘크리트 장벽 문제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누가 이런 결정을 하고 허가를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 ‘아니면 말고 식’ 분석놀이 멈추고 당국 조사 및 공식 발표 지켜봐야

소셜미디어가 퍼지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부터 사회 문제까지 너무 많은 분석과 주장이 난무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술자리나 사석에서야 이런저런 분석이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미디어를 통해 이런 ‘아니면 말고 식’ 주장은 문제 아닐까요.

과거 비판 받았던 일을 잊지 말고 유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좀 자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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